등록 : 2019.06.12 20:31
수정 : 2019.06.12 21:10
문 대통령 한반도 ‘생명공동체’ 강조
북-미 ‘친서 외교’로 대화 재개 가능
김정은 조의문 ‘남북관계 발전’ 의사
|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2일 오후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에게 이희호 이사장을 추모하는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화와 조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포럼에서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 1돌을 맞는 날 이루어진 연설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으나, 한반도 현안과 관련해 획기적인 구상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연설 뒤 기자 문답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조속한 정상회담을 촉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문 대통령 연설에서 남북 주민들이 분단으로 인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을 위한 평화’를 역설한 대목은 경청할 만하다. 국민이 체감하는 평화라야만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반도를 ‘생명공동체’로 이름 지으며 남북 접경지역에서 산불이나 병충해, 가축 전염병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특히 “6월 말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이전에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며 김 위원장과의 조속한 4차 정상회담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의 제안에 북한도 적극 화답하길 바란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도 관심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며 두 정상 사이 ‘좋은 관계’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며 ‘매우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발언도 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끊겼던 북-미 접촉이 재개될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북-미 협상이 고비에 봉착할 때마다 친서 교환이 난관을 뚫은 것처럼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친서가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3차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면서도 ‘추후의 어느 시점’이라고 한 것을 보면, 당장 정상회담이 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친서와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화답을 통해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별세와 관련해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판문점에서 조화와 조의문을 보낸 것도 지금 국면에선 눈길이 쏠린다. 조문단을 직접 보내는 것만큼의 적극적 행보는 아니지만, 나름의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김여정 부부장이 “민족 화합과 협력을 위해 애쓰신 이희호 여사의 뜻을 받들어 남북 협력을 계속해나가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발전 뜻이 담긴 것으로 이해된다. 앞으로 남북대화 진전을 기대해볼 만하다. 이런 흐름을 살려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까지 북-미 교착 국면에 돌파구가 열릴 수 있도록 남·북·미 모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