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2 18:01
수정 : 2019.06.12 19:01
|
서울대 서문과 ㄱ교수 사건 성추행 피해자가 12일 오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서울대 서문과 ㄱ교수 사건 성추행 피해자가 12일 오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월 대자보를 통해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ㄱ 교수의 성추행 등 사실을 공론화한 대학원생 피해자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교수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징계위원회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2차 가해까지 벌어지면서,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피해자가 유학중에 돌아와 직접 언론 앞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은 매우 유감스럽다. 스스로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 자부하는 서울대에 자정 능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
지난해 7월 피해자로부터 ㄱ 교수의 성추행과 갑질, 사생활 간섭 등을 신고받은 인권센터는 피해자 진술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정직 3개월 권고라는 결론을 내려 ‘솜방망이’ 처분이란 비판을 받았다. 학교 쪽은 규정상 3개월 정직 다음은 ‘파면’밖에 없다는 이유를 대지만 무책임하다. 지난해에도 사회학과 한 교수의 정직 3개월 징계가 사회적 논란이 됐고,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성추행을 한 겸임교수가 정직 3개월 뒤 의대 강단에 복귀한 일이 최근 알려졌다. 이런데도 아직까지 교원 징계규정을 제정하지 못한데다 징계위마저 ‘깜깜이’ 식으로 진행되니 학생들의 불신과 분노가 커지는 건 당연하다. 그사이 해당 과에선 피해자의 폭로에 ‘배후’가 있다는 등 2차 가해도 번지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전체학생총회는 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학생들이 성추행과 인권침해를 당할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과한 것인가. 피해자에게 진정한 용서를 구하지도 않고 몇달 뒤 다시 강의실에 서면 그만이라는 교수사회의 문화는 일반인들 상식으로선 이해하기 어렵다. 11일 서울대민주화교수협의회가 발표한 건의문은 그나마 희망이다. 이들은 “비뚤어진 일류의식에 사로잡혀 폐쇄적인 패거리 문화를 재생산하며 급격히 발전하는 한국 사회의 인권의식과 제도에 무관한 무풍지대를 만들어놓고 이를 학문의 전당으로 미화하고 있지는 않는지 자문해본다”고 고백했다. 이번 사건 처리는 결론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 학생이 피해자인 경우 징계위에 학생 대표가 참여하도록 하고, 나아가 교내 의사결정 체제에 학생 등 구성원들의 참여를 보장할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대가 성적 1위가 아니라 인권과 정의의 가치를 세우는 학교로서의 면모를 보이길 바란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