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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0 18:52 수정 : 2019.06.11 10:13

그래픽 김승미

그래픽 김승미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4월 ‘물컵 갑질’의 책임을 물어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1년2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부친인 조 전 회장이 별세한 지 2개월 만에 ‘셀프 복귀’를 한 셈이다.

한진그룹은 조 전 전무가 10일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발령을 받아 출근을 했다고 밝혔다. 한진칼 전무로서 한진그룹의 사회공헌 활동과 신사업 개발을 전담하기로 했다고 한다. 부사장을 맡은 정석기업은 한진그룹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회사다. 한진그룹은 조 전무가 ‘물컵 갑질’ 사건에 대해 특수폭행·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아 경영 복귀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조 전무의 경영 복귀가 합리화될 수는 없다. 조 전무의 물컵 갑질을 계기로 그의 추가 갑질과 모친인 이명희씨의 갑질 폭행, 총수 일가의 국외 고가품 밀반입 등 불법·비리 의혹이 쏟아져 나왔고,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지자 조양호 전 회장은 그와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경영에서 물러나게 했다. 당시 조 전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내어 “대한항공의 회장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여식이 일으킨 미숙한 행동에 대하여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차제에 한진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특히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하여 유사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전무는 지금 자숙하고 있을 때이지 경영에 나설 때가 아니다. 기업을 총수 일가의 사유물로 여기지 않고서는 경영 복귀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 동네 구멍가게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

조 전무의 경영 복귀가 ‘상속 분쟁’과 관련돼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양호 전 회장 별세 이후 장남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총수 지정을 위한 공정거래위원회 신청이 지연되면서 조 회장이 그룹을 독차지하려고 하자 누나와 동생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는 갈등설이 불거졌다. 조 회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갈등설에 대해 “가족들과 지금 많이 협의를 하고 있고 협의가 완료됐다고는 말은 못 하지만 잘 진행되고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총수 승계를 인정해주는 대신 조 전무가 경영 복귀를 하는 ‘거래’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현아 전 부사장도 조만간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진그룹의 위기가, 능력과 자질이 떨어지는데도 총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경영을 맡는 ‘족벌 경영’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들 3남매는 아버지 회사에서 초고속 승진을 하고 어린 나이에 임원 자리에 올랐다. 경영 실적으로 능력을 검증받기는커녕 각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 회사를 끊임없이 ‘오너 리스크’에 빠트렸고 아무 잘못도 없는 직원과 주주들까지 고통을 받게 했다. 이런 전근대적인 ‘경영 세습’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이사회는 뭐 하는 조직이고 사외이사는 왜 있는지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 관련 기사 : ‘물컵 갑질’ 조현민, 1년 2개월 만에 ‘경영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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