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7 17:44
수정 : 2019.06.0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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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한 내빈들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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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한 내빈들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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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인 약산 김원봉을 언급한 것을 두고 야권이 “분열과 갈등의 정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보수-진보의 이분법을 극복하고 애국으로 하나가 되자’는 취지의 연설을 하면서 일제하 좌우합작의 대표적 예로 김원봉의 광복군 합류를 언급한 것인데, 야권이 ‘서훈 논란’ 등을 끄집어내 오히려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이른바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지엽적이고 비이성적인 태도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추념사가 우리 사회를 분열로 몰아넣고 있다.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고위직까지 오른 김원봉을 추켜세웠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날짜와 자리가 현충일, 현충원이란 점에서 적절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한민국 정체성에 반한다”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독립과 민주주의, 경제발전에는 보수와 진보의 노력이 함께 녹아 있다”고 말했다. 보수든 진보든 모든 ‘애국’이 모여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말이다. 그중 하나가 김원봉인 것이고, 그의 독립운동 행적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문 대통령은 김원봉 외에도 ‘베트남전 영웅’ 채명신 장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과 우당 이회영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김원봉에게 훈장을 주자고 한 것도 아니다. 좌와 우를 넘어서는 애국과 통합을 강조했을 뿐이다. 이를 두고 ‘대한민국 정체성’ 운운하며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김원봉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살펴야 한다. 김원봉은 일제하 거의 모든 폭탄 투척과 요인 암살 사건의 배후에 있는 독립영웅이다. 임시정부 군무부장, 광복군 부사령관을 지냈음에도 해방 후 월북해 북한 정권 고위직을 맡아(나중에 숙청) 서훈 대상에서 제외됐다. 남한에 남은 다섯 형제 중 넷은 군경에 학살됐고, 다섯째 동생은 이들을 신원하려다 옥살이까지 했다.
현행 규정상 김원봉에게 서훈을 하는 게 어렵다지만 이제는 시대 변화에 맞추어 훈장을 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당장 시행이 어렵다면 적당한 때를 골라 서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서훈은 못할망정 그의 독립운동을 기리는 발언을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 좌우를 뛰어넘는 애국인사로서 김원봉을 기리는 것조차 펄쩍 뛰며 정체성 운운하는 건 보수의 속 좁은 행태다. 보수도 이제 낡은 이념의 잣대를 버릴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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