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6 17:38
수정 : 2019.06.0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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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 코리아에서 주한미국대사관-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클라우드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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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 코리아에서 주한미국대사관-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클라우드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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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두 강대국 간 무역분쟁이 점차 패권대결 양상을 띠게 되면서, 한국에 ‘너는 누구 편이냐’ 선택을 강요하는 압력이 본격화하는 국면이다. 과거 한국은 미군 전략무기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허용했다가 중국의 호된 경제보복을 당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자칫 두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우려가 크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5일 주한미국대사관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상의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는 핵심 요소”라며 “단기적인 비용 절감은 솔깃할 수 있지만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를 선택하면 장기적으로 리스크와 비용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정 업체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쓰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고위직 인사가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화웨이 장비의 사용 여부에 대해 “개별 기업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갈수록 노골화하면서 한국이 중립지대에 머무르는 게 더는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중국의 희토류 공급 중단 가능성에 대해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유럽연합, 일본, 한국과 공조를 확대해야 한다”며 한국이 대중 대오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에 대해 결사항전의 의지를 내보이는 중국도 한국이 미국 쪽에 서지 않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방중한 한국 기자단을 만나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이달부터 한국인에 대한 상용비자의 심사 조건을 강화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중 간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않도록 전략적 처신과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순간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말 “미-중 관계의 전개는 무역분쟁이나 화웨이 문제를 뛰어넘는 광범한 영향을 우리에게 줄 것”이라며 외교부에 전담조직 설치 검토를 주문했다. 우리로선 미-중 사이에서 ‘국익 우선’을 기준으로 절충점을 찾아나갈 수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전담조직 설치를 포함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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