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5 18:02
수정 : 2019.06.0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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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식량계획(WFP)의 지원을 받는 북한 평안남도 평성시의 소아병동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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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일 북한 영유아·임산부의 영양 지원과 보건 사업에 남북협력기금 8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실상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정부 차원의 인도적 대북 지원이다. 제공되는 800만달러 중 450만달러는 세계식량계획(WFP)에, 나머지 350만달러는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에 나뉘어 공여된다. 북한 식량사정 악화로 취약계층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발 빠르게 지원 결정을 한 것은 적절한 조처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 촉진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중요한 것은 집행의 속도다. 유엔기구에 돈이 들어가더라도 물품 조달을 포함해 지원 절차에 3~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취약계층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빨리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2017년 9월 800만달러 대북 지원을 결정했지만 한반도 정세 악화와 미국의 반대로 집행이 미뤄지다가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2017년에 비해 북-미 관계가 크게 달라졌고, 대북 지원에 대한 미국의 완고한 태도도 과거에 비해 누그러졌다. 지난달 한·미 양국의 정상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혀 양국 사이에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졌다. 사정이 나아진 만큼, 정부는 동포애와 인도주의 정신을 살려 대북 지원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대북 식량 지원에도 물꼬가 트이길 기대한다. 정부는 지난달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대북 식량 지원을 검토해 나가기로 한 바 있다. 세계식량계획이 밝힌 바로는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이 136만톤에 이른다고 한다. 북한으로서는 올여름과 가을이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식량 배급의 투명성을 고려해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직접 지원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식량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를 넘기면, 지원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남쪽에는 현재 130만톤이 넘는 식량 비축분이 창고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물량을 관리하는 데만 연간 5천억원이 든다고 한다. 적절한 규모의 식량 지원은 동포애를 실현하는 길일 뿐만 아니라 관리 비용을 줄이고 농촌 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식량 지원과 함께 북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에 남북이 공조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남쪽에서 이미 방역 협력을 제안했지만 북쪽에서 아직까지 응답이 없다고 한다. 공동방역은 전염병이 남쪽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예방적 조처이기도 하다. 남북 상생을 실험하는 좋은 기회인 만큼 더 적극적으로 북한의 의사를 타진해 공조를 이끌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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