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31 18:48
수정 : 2019.05.3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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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울산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에서 사회자가 회사 분할 안건의 통과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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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31일 노동조합의 강력한 저지 속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법인분할(물적 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국내 조선업 전반을 재편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대 관문을 넘어선 것이다. 이날 주총이 시간·장소를 갑자기 바꾸는 변칙적인 방식으로 열리긴 했지만, 노사 간 최악의 물리적 충돌을 피했다는 점에선 그나마 다행이다.
주총 결정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6월3일 분할 등기를 마치고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신설 ‘현대중공업’ 2개 회사로 나뉘게 된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주식을 한국조선해양에 현물로 출자해 2대 주주가 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M&A)이 이뤄진다. 이렇게 되면 국내 조선업은 과열 경쟁이라는 짐에서 벗어나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 분할에 노조와 울산 지역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력 감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근거 없다’고만 말하긴 어렵다. 회사를 쪼개고 다른 회사와 합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난 것은 상례였다. 여기에 중간지주회사와 연구·개발 인력을 서울로 옮기는 데 따른 우려도 있다. 회사 쪽의 추가적인 설득 노력이 이어져야 할 대목이다. 중간지주회사를 서울에 둘 수밖에 없는 이유, 인적 분할 아닌 물적 분할 방식을 선택하는 배경에 대해 거듭 설명해 불안감을 낮춰야 한다.
노조와 지역 사회의 반발뿐 아니라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라는 절차상 숙제도 아직 남아 있다. 독과점 우려 때문에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외국 공정거래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노사 대화는 필수적이다. 노사 갈등이 격화하면, 승인을 받는 과정에 예상치 못한 부담을 줄 수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상위 단체인 민주노총은 법인분할 승인에 맞서 총파업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시간·장소 변경으로 우리사주조합 등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을 보장받지 못했다며 원천무효 소송 제기 뜻도 밝히고 있다. 노조는 법적으로 보장된 대응을 하더라도, 대화의 끈은 놓지 않길 바란다.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과 실익을 챙기는 싸움을 하길 바란다. 조선업의 전반적인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노사, 그리고 조선업 전반의 공동 노력이 여전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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