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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30 19:05 수정 : 2019.05.30 20:40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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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신림동 영상’의 파장이 크다. 이 영상에 ‘강간미수’라는 이름이 붙은 비슷한 경험담이 에스엔에스에 속속 올라오는가 하면, 애초 피의자에게 ‘주거침입 미수’ 혐의만 적용하려던 경찰 방침은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 1인가구가 280만을 넘는 시대, 특히 20~30대 여성들에게 이번 사건이 공포영화보다 더 공포스러운 현실을 환기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최근 공개된 신림동 한 빌라의 감시카메라(CCTV) 영상을 보면, 귀가하는 여성을 뒤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남성은 간발의 차이로 현관문이 닫히자 깜빡이는 센서등 아래서 계속 서성이거나 문을 두들긴다. <제이티비시>(jtbc)가 추가 공개한 영상에는 애초 알려진 1분여가 아니라 10분여를 머물며 계단에 숨거나 휴대전화 손전등으로 도어록을 비춰 보고, 신림역에서부터 쫓아오는 모습도 담겼다. 1초만 늦었어도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시시티브이를 확인해달라는 신고자에게, 출동한 경찰은 “이른 시간이니 건물주로부터 확보하면 연락 달라”고만 안내하고 물러났다고 한다. 경찰의 대응과 판단이 좀더 적극적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범죄’로 규율되지 않는 현실이 더 근본적인 문제다.

영미법 국가에선 이번처럼 ‘은밀하게 쫓아가는 것’을 스토킹 행위로 보고 엄벌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개인 사생활’로 치부하거나 기껏해야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10만원 이하 범칙금이나 구류에 그칠 뿐이다. 지난해에야 정부가 종합대책을 내놓고 ‘스토킹방지법’을 입법예고했지만 지금까지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30일 뒤늦게 경찰이 피의자에게 성폭력(강간) 미수 혐의도 적용하기로 한 것을 두고선 시각이 엇갈린다. 다만 분명한 것은 살인과 성폭력 등 강력범죄 피해자 가운데 90%가 여성인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주거 환경에 놓인 20~30대 1인가구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를 ‘피해의식’이라 치부할 순 없다는 점이다. 어두운 골목길은 물론 편히 쉬어야 할 집 안조차 불안한 여성들은 홈캠(가정용 감시카메라)을 설치하고, 한편에선 홈캠 시스템이 해킹당해 동영상이 유출되는 일을 걱정하고 있다. 왜 공포는 늘 여성의 몫인가. 실효성 있는 여성 주거안전 대책과 함께 이런 행위를 범죄로 규정할 법안 통과를 국회는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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