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8 17:34
수정 : 2019.05.2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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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5월 강기훈씨 무죄 확정판결 직후 변호사 등의 기자회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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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5월 강기훈씨 무죄 확정판결 직후 변호사 등의 기자회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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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28일 검찰의 피의사실공표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며 수사공보 관련법 제정 등을 제안했다. 과거 정치적 사건에서 검찰의 기소 전 피의사실 공표로 ‘피의자와 가족 등에게 가해진 정신적 고통과 인권침해가 심각했다’는 지적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과거사위는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등 4가지 사건을 예시하며 검찰의 피의사실공표 실태와 언론보도 조사 결과 등을 공개했다.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경우 당시 검찰은 감정서가 오기도 전에 ‘강씨 필적이 유서 필적과 동일한 것으로 판명됐다’는 등 내용을 시시콜콜 공개했다. 그러나 재심을 통해 드러났듯이 필적은 다른 것이었고 강씨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강씨와 가족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2심 법원은 ‘사실과 다른 정보를 공개하고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는 등… 피의사실공표는 위법하다’고 판결했으나 20여년간의 고통과 인권침해를 돈으로 보상할 수는 없는 일이다. <피디수첩> 등 다른 사건들에서도 정권 요구에 맞춘 무리한 수사와 피의사실공표는 심각한 폐해를 불러왔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은 피의사실 공표 또는 유출을 통해 완성된다. 과거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춘 수사와 보도는 검찰을 ‘정치검찰’로 타락시켰다. ‘거악 척결’의 명분 아래 이뤄지는 대대적인 수사와 피의사실 공표가 ‘검찰 권력’의 유혹에 빠져들게 한 것도 사실이다.
검찰은 수사공보준칙에 따라 기소 전이라도 ‘중대한 오보’나 ‘추측성 보도’를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피의사실을 공개할 수 있다. 언론 역시 검찰의 은폐·왜곡 수사를 감시·견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적극 취재하고 결과물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알권리와 피의자 인권을 두루 고려한 균형적 판단은 필수적이다. 언론이 균형감각을 잃거나 진영 논리에 빠져 이중잣대를 휘두를 때 정치검찰이 활개칠 공간이 생겨난다. 수사 대상에 오른 자본권력에 대한 과도한 옹호 역시 언론의 신뢰를 갉아먹는다는 점에서 우려할 일이다.
과거사위는 법무부 훈령 수준의 공보준칙을 없애는 대신 수사공보법을 만들어, 허용되는 수사공보와 처벌 대상인 피의사실공표를 명확히 구분할 것을 제안했다. 검찰 안팎에서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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