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7 18:21
수정 : 2019.05.2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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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30돌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광화문 소공원 앞 전교조 농성장에서 해직교사 정영미씨가 선물받은 책도장과 전교조 마크 배지를 두 손위에 올려놓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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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30돌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광화문 소공원 앞 전교조 농성장에서 해직교사 정영미씨가 선물받은 책도장과 전교조 마크 배지를 두 손위에 올려놓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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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의 기치를 내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우리 교육현장의 수많은 변화에 기여해온 사실에 토를 달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전교조가 박근혜 정권이 씌워놓은 ‘법외노조’의 굴레를 벗지 못한 채 28일 창립 30돌을 맞는 현실은 씁쓸하고 안타깝다. 하지만 이에 못잖게 걱정스러운 것은 예전과 달라진 국민들의 시선일지 모른다. 입시 중심과 경쟁 패러다임은 어떤 측면에선 30년 전보다 더욱 심해졌다. 전교조 앞에 놓인 숙제가 무겁다.
전교조 결성은 1987년 민주화운동의 산물이자 경쟁으로만 치닫던 교육현장의 반란이었다. 교사 1519명의 대량해고로 이어진 정부 탄압, 그리고 ‘선생이 무슨 노조냐’라는 부정적 시선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학생과 학부모, 시민들의 강력한 지지여론이었다. 과도한 입시교육과 체벌이 일상이었던 학교에서, 자신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며 경청해주던 교사들이 끌려나가자 학생들은 ‘선생님 지키기 투쟁’에 나섰다. 2000년대 사립학교 민주화운동 당시 아이들은 거리에서 해직교사의 수업을 듣기도 했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촌지 근절, 체벌 근절 등은 전교조가 아니었으면 요원했을 것이다. 여전히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있지만 전교조의 계기수업은 공교육이 ‘민주시민 능력을 기르는 곳’임을 되새기게 했고, 혁신학교 운동은 말 그대로 ‘바람’이 됐다. 지난해 14명의 진보교육감이 탄생한 것은 많은 국민이 여전히 이들의 방향에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일 것이다.
하지만 ‘과거’만큼 전교조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희망이 되고 있는지엔 회의적인 시각이 적잖다. 물론 ‘법외노조’ 통보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같은 정권의 탄압, 보수 언론의 집요한 ‘종북 프레임’ 씌우기 탓이 크다. 하지만 나이스 반대투쟁 등에서 보듯, 전교조가 교육에 대한 헌신성과 전문성을 높이기보다 학부모·학생과 괴리된 또 하나의 ‘교원 단체’가 되어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은 깊이 새겨야 한다. 기간제 교사들의 전환 문제에도 전교조는 소극적이었다. 한때 10만명에 가깝던 조합원은 젊은 교사들의 외면 속에 6만명에 못 미치고 있다.
학교 변화는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주체가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올해 ‘쉼이 있는 배움, 삶을 위한 교육’을 내건 전교조가 비판과 이상만 앞서는 운동단체라는 시각을 넘어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개혁주체가 되길 바란다. 정부는 법외노조 문제를 더 이상 대법원이나 국회로 떠넘기지 말고 ‘결자해지’해야 한다. 교육이 희망이 아니라 외려 절망의 이유가 되는 사회에서 전교조에 거는 기대는 아직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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