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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08 18:55 수정 : 2019.05.08 19:20

그래픽 김지야

그래픽 김지야
삼성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증거들을 인멸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7일 삼성바이오 인천 송도 공장 압수수색에서 공장 바닥 밑에 숨겨놓은 재경팀 공용 서버와 노트북 등을 찾아냈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5월 금융당국 조사와 검찰 수사에 대비해 공장 바닥을 뜯어낸 뒤 그 안에 서버와 노트북 등을 감췄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검찰은 지난 5일 체포한 삼성바이오 직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증거 인멸 진술을 확보하고 은닉 장소를 정확히 찾아냈다고 한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일엔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팀장급 보안 담당 직원 집에 빼돌린 대용량 서버를 찾아냈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임직원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검사해 ‘JY’(이재용) ‘VIP’(박근혜 대통령 추정) ‘합병’ 등의 키워드가 들어간 자료를 삭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증거 인멸 작업은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도 그룹 미래전략실의 후신인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8일 사업지원티에프 소속 백아무개 상무와 보안선진화티에프 소속 서아무개 상무에 대해 증거 인멸 및 증거 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의 증거 인멸은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과 연관돼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합병이 이뤄지도록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최대주주(22.2%)였던 반면 삼성물산 주식은 한 주도 없었다. 하지만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가 되면서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마쳤다.

이 부회장 재판의 핵심 쟁점은 합병을 통한 경영권 승계를 지원받는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느냐는 것이다.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와 달리, 2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일부 무죄를 선고하고 이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이 부회장을 박 전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돈을 뜯긴 피해자로 본 것이다. 대법원 선고 재판은 6월로 예상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검찰의 삼성바이오 회계 사기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식회계의 실상을 반영해야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의견이다. 대법원이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를 바란다.

▶ 관련 기사 : 변하지 않는 ‘법 위의 삼성’…공정위 조사 방해만 세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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