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7 18:06
수정 : 2019.05.0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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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올해 2학기부터 시행되는 ‘강사법’(고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벌어진 대학강사 대량해고에 대한 대책 마련 및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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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올해 2학기부터 시행되는 ‘강사법’(고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벌어진 대학강사 대량해고에 대한 대책 마련 및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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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들의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을 위해 개정한 고등교육법(일명 강사법)의 8월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강사와 강의 수를 급격하게 줄였다고 한다. 7일 한국비정규교수노조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호소한 데서도 상황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대학들의 이런 움직임이 예비적인 선제 조처 성격임을 고려하면, 당장 다음 학기에 시간강사 대량해고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비정규교수노조에 따르면, 이번 학기에 강의를 배정받지 못한 시간강사가 최대 1만5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최근 발표된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봐도 시간강사 강의 비율이 1년 전보다 3.75%포인트 줄었다. 반면 강사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겸임교수 강의 비율은 크게 늘었다. 강의 수도 6655개나 줄었지만, 대형 강좌는 오히려 3천개 가까이 늘었다. 대학들이 강의 질 저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좌 통폐합에 나선 것이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더라도 대학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10년 가까이 등록금이 동결된데다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는 걸 고려하면 피부로 느끼는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이 합의한 강사법 취지를 거꾸로 뒤집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강의료를 받으며 교육을 책임져온 이들을 일회용품 취급하는 것은 대학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대학들의 시간강사 감축 의도가 단순히 비용 증가 때문이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강의 수를 가장 많이 줄인 대학들을 보면, 서울의 주요 사립대에서부터 지역의 국립대와 수도권 사립대까지 두루 섞여 있다. 시간강사의 기본권에 대한 태도와 교육 철학에 따라 대학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부 대학이 강사법을 빌미 삼아 돈이 되는 쪽으로 학과 구조조정에 나서려 한다는 의심을 사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
교육부는 대학 재정지원사업에 ‘강사고용안정지표’를 도입해 강사법을 회피하는 대학들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시간강사 생존권과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지키려면 등록금이나 입학 정원과 연계한 ‘특단의 조처’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는 강사법의 시행이 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자세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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