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6 18:33
수정 : 2019.05.0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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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전경련 건물 로비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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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전경련 건물 로비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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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 2일 최저임금 국제비교 분석 보도자료를 내면서 제목을 ‘OECD 7위, 주휴수당 포함 시 1위’라고 달았다. 한국의 최저임금이 사실상 세계 최고라는 용감무쌍한 서술인데, 명백한 실상 왜곡이다. 예기치 못한 실수라기보다 다분히 의도적인 사실 비틀기였다는 혐의가 짙다. 아무리 재계를 대변하는 단체 소속이라고는 하지만, 연구집단이 ‘통계 장난’으로 여겨지는 보고서를 냈다는 점에서 개탄스럽다.
최저임금 국제비교치를 담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독일 경제사회연구소(WSI)의 자료를 보면 한국의 최저임금(2017년 5.7달러, 2018년 5.9유로, 2019년 6.4유로)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6.2, 6.2, 6.4)에 가깝고 순위도 중간급(14위/29개국, 13/25, 12/25)이다.
한경연은 이런 객관적인 수치를 외면하고 1인당 국민소득에 견줘 순위를 매기는 수법을 썼다. 최저임금의 특성을 고려해 평균임금에 견주는 통상적인 분석 방법과 달랐다. 국민소득 통계에는 임금근로자뿐 아니라 자영업자가 포함되기 때문에 한국처럼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고 소득은 낮은 나라의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경연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2017년 4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41.1%)와 거의 같아 29개국 중 15위였다. 한경연의 분석과 동떨어지는 실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주휴수당 포함 시 1위’라는 편파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실상을 오도하고,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과잉 비난의 재료를 공급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최저임금제를 한 갈래로 삼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여러 언론매체에 이런 논조로 요란하게 보도된 실태가 이를 뒷받침한다.
객관적인 자료를 의도적으로 비트는 일은 생산적인 논의를 막고 문제를 풀기 어렵게 만든다. 전문가들로 이뤄진 연구집단이라면 피해야 마땅한 해악이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숨과 눈물이 배어 있는 최저임금제 사안에선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연구집단 스스로 자신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행태이며, 나아가 재계 전체를 욕보이는 일이란 점에서도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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