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3 18:37
수정 : 2019.05.03 19:31
|
‘공관병 갑질’ 논란을 일으킨 박찬주 예비역 대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
‘공관병 갑질’ 논란을 일으킨 박찬주 예비역 대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공관병 갑질’ 논란을 일으킨 박찬주 예비역 육군 대장이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현 정부가 적폐가 아니라 주류 청산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육사 죽이기를 하면서 나를 표적으로 삼았다”거나 “현역 대장을 잡아 망신을 줘 군을 장악하려 했다”며 표적 수사의 희생양임을 강조했다. 앞서 스스로 ‘뒤늦은 전역서’라고 칭한 글에선 군 후배들을 향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정치가들이 평화를 외칠 때 전쟁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2017년 8월 공관병 가혹행위 의혹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가 할 말인지 귀를 의심케 한다.
박 전 대장이 얼마 전 공관병 갑질 의혹에 대해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부인은 공관병을 때리거나 베란다에 가둬놓는 등 폭행 및 감금한 혐의가 인정돼 기소 결정이 내려졌다. 아직 법원의 사법적 판단이 남아 있는데, 지레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말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공관병들이 부인의 부당한 지시를 무시하지 못한 것은 당시 박 전 대장이 군 지휘관이었기 때문이다. 부인의 갑질 행위가 사실이라면, 이를 방임한 박 전 대장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다.
국방부는 공관병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비등한 여론의 압력에 밀려 대대적인 공관병 운용 실태를 조사한 뒤 아예 공관병 제도 자체를 없애는 특단의 조치를 했다. 이처럼 후유증과 파장이 컸던 사건이다. 이런 엄청난 일의 단초를 제공한 당사자가 이제 와서 정치적 음모의 희생자인 양 떠드는 건,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고 이치에 닿지도 않는다.
군 당국이 수사 과정에서 갑질 의혹과는 별건으로 뇌물수수와 인사청탁 의혹 등에 대해 ‘먼지 털기’식 수사를 하고, 보직 해임된 박 전 대장의 전역을 억지로 막으려 한 건 사실이다. 이를 두고 박 전 대장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모욕감을 느꼈을 순 있다.
그렇지만 육군 대장까지 역임한 공직자 출신이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다. 게다가 부인이 공관병 갑질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데다 본인도 얼마 전 항소심에서 인사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4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지 않았는가. 박 전 대장이 40년 복무한 군의 명예를 위해서도 자중할 때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