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2 18:03
수정 : 2019.05.0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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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월 30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 7나노로 출하된 웨이퍼칩에 서명을 하고 있다. 맨 왼쪽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화성/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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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월 30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 7나노로 출하된 웨이퍼칩에 서명을 하고 있다. 맨 왼쪽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화성/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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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삼성의 대규모 투자 계획과 때맞춰 정부의 지원 방침이 나오면서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정부 지원책의 주 내용을 이루는 세제 혜택이 삼성에 집중될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 탓이다. 지원책이 뒷말을 남기지 않도록 신중하고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4월 말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에서 제시한 지원책의 큰 줄기는 세제 혜택이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제조 기술 연구비를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최대 30%(대기업)의 세액공제 대상으로 삼는 ‘신성장동력·원천기술’ 목록에 포함한다는 것이다. 삼성이 향후 10년간 투자하기로 한 연구개발비 73조원이 여기에 모두 해당하면 공제 세액은 20조원을 넘는다.
물론 현 제도에서 이미 연구개발비에 세액공제를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특혜 시비는 섣부르다는 반론도 있다. 공제액 규모도 아직 불명확하다. 기획재정부가 2일 해명했듯이 삼성의 연구개발비 중에는 신성장동력·원천기술(공제율 20~30%) 외에 일반 연구개발비(0~2%)가 섞여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세제 혜택이 연말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원 대상을 확정하는 단계를 거친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하는 신중한 태도는 불가피하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서 공장 없이 설계만 하는 팹리스와 제품을 만드는 파운드리 업체는 이론상 공생관계이나, 팹리스 쪽에서 볼 때 삼성은 경쟁자라는 지적도 고려해야 한다. 설계부터 제조까지 포괄하는 종합반도체 회사인 삼성에 집중되는 지원이 200개 남짓한 중소 팹리스 업체들을 위축시켜서는 곤란하다.
자체적인 혁신 역량을 충분히 갖춘 대기업에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중견·중소기업과 상생을 이루는 선순환의 생태계 조성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정당화될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중소 설계전문기업들이 뿌리를 이룬다는 점에서, 특혜 논란이 이는 건 삼성에도 중장기적으로 유익하지 않을 것이다. 균형 잡힌 세제 지원과 함께 불공정거래 관행을 해소해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서는 협업과 상생의 관계가 맺어지길 바란다. 메모리 분야에 이어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노리는 삼성에 시민들이 바라는 건 분명하다. 특혜나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와 혁신의 주체가 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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