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2 02:00
수정 : 2019.05.02 07:20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정치·선거개입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당시 청와대와 경찰에서 핵심 구실을 해온 경찰 고위간부들은 법정에서 이를 ‘관행’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1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판단도 그렇거니와 이들이 현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치안감급의 고위직에 있었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수집 기능을 없애기로 한 뒤 정보경찰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일탈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적잖다. 법적으로도 논란의 소지가 적잖아 이번 기회에 정보경찰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 분명히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2011년 10월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정보경찰이 당시 여당(한나라당)의 사실상 ‘비선 선거캠프’ 구실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나경원 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맞붙은 선거다. 안철수 후보가 양보한 다음날 정보경찰이 작성한 ‘안철수·박원순 단일화, 좌파 결집 가속화’ 문건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참여연대의 유엔 서한문 발송 등 박 변호사의 이념적 성향과 관련된 공세를 강화해 보수층 결집을 유도해야 한다”며 색깔론 동원을 제안했다. 선거 직전과 후에도 ‘신망 있는 인물을 정무부지사 등으로 사전 내정, 러닝메이트화를 검토’하라거나 ‘박원순 시정을 감시하고 방해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했으니 대놓고 뛴 셈이다.
박기호 경찰인재개발원장과 정창배 중앙경찰학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청과 청와대에 있으면서 선거에 직접 뛰어들었다고 한다. 2016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보경찰을 동원해 친박계를 위한 정보를 수집해 선거대책을 수립하고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 진보교육감 등을 사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구속영장은 기각됐으나 당사자들도 사실관계는 인정하며 ‘관행’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만큼 불법의 뿌리가 깊다는 뜻이다.
현 정부 들어 ‘정보경찰 활동규칙’을 제정해 ‘정보활동’ 개념을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 예방 및 대응 관련 활동’으로 구체화하고 활동 범위도 명문화했으나 규칙 개정만으로 수십년 관행을 바꾸긴 어렵다. 최소한 정치관여 처벌 등 법 개정과 함께 인사검증을 위한 신원조사나 정책정보 수집 등에도 분명한 법적 근거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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