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1 18:28
수정 : 2019.05.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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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2019 세계 노동절 대회'가 열리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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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2019 세계 노동절 대회'가 열리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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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메이데이) 129주년을 맞은 1일 서울시청 앞 광장 등 전국 곳곳에서 노동계가 주최하는 기념집회가 열렸다. 노동절은 1886년 5월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진 ‘8시간 노동제' 요구 총파업 도중 경찰의 발포로 노동자 4명이 숨진 ‘헤이마켓 사건’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노동 기본권을 얻기 위해 노동자들이 피를 흘려야 했던 역사를 기억하고 우리 사회의 노동 현주소를 진지하게 짚어봐야 하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노동존중 사회’에 대한 의지를 역설하는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나름 의미있는 일이라고 본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 52시간 근로제 등을 노동자의 삶의 질과 노동의 질을 높이려 한 정책으로 꼽았다. 또 케이티엑스(KTX) 여승무원, 파인텍, 콜텍악기 등 초장기 복직투쟁 사업장들의 문제가 해결된 것도 노동존중 정책의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노동계의 인식과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불참해온 민주노총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 상대적으로 협조적이었던 한국노총조차 이날 “반노동 정책을 중단하라”고 강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정부는 노동계의 이런 주장을 노동절이면 으레 등장하는 수사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추진해온 노동정책들의 취지나 효과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최저임금만 하더라도 산입범위 변경으로 실제 인상효과가 미미해졌는데 ‘속도조절론’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되고 말았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기도 전에 탄력근로제 확대를 추진한 것이나 어렵게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을 시행령 단계에서 크게 후퇴시킨 것도 노동계의 불만을 불렀다. 둔화된 경제성장을 끌어올리고 혁신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란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줬다 뺏기 식’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저임금 노동자 비율, 비정규직 비율, 노동시간, 산업재해, 노조 조직률, 성별 임금격차 등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은 한낱 흥정거리 신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메시지에서 “노동이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여러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그 뜻을 밀고 가는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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