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6 18:38
수정 : 2019.04.1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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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서 16일 열린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5주기 추모식에서 헌화를 마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책임자 비호하는 적폐를 청산하자”며 “황교안은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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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서 16일 열린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5주기 추모식에서 헌화를 마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책임자 비호하는 적폐를 청산하자”며 “황교안은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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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명의 생때같은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5주기, 그 잔인한 4월이 희생자 가족들에게 올해 더 잔인하게 찾아왔다. 지난 5년 동안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가슴을 후벼파온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이 또 막말을 쏟아냈다. 죽은 이의 ‘뼈까지 발라’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라면, 막말을 멈추고 인간성을 먼저 회복하길 바란다.
차명진 전 국회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전날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비난한 글에 대해 “용서를 빈다”고 했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책임자로 고발당했다는 뉴스를 보고 흥분한 나머지, 세월호 희생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 같아서 격분을 참지 못했다고 변명을 늘어놨다. ‘자식의 죽음’을 ‘회 쳐 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는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저주 섞인 막말을 감정적 실수로 포장한 것이다. 그는 사과 글을 올리기 1시간 전엔 ‘김문수 티브이(TV)’에 출연해 “(페이스북 글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는 재난대응 시스템의 붕괴, 정부의 총체적인 무능과 무책임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런데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희생자 가족을 향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5년간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김재원 의원은 “세월호 특조위는 세금도둑”(2015년 1월16일)이라 했다. 김진태 의원은 “세월호는 인양하지 맙시다. 괜히 사람만 또 다칩니다”(2015년 4월2일)라며 인양 요구를 비난했다. 차명진 전 의원의 망언 이튿날,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징글징글해요”라는 글을 올렸고, 안상수 의원은 “불쌍한 아이들 욕보이는 짓”이라는 댓글을 달며 동조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황교안 대표는 당 공보실을 통해 “유감을 표하며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문을 냈다. 유독 자유한국당에서 세월호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이 빈발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사실상 당이 방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문재인 세력 규합을 위해선 이런 망언조차 정치공세의 하나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당내에 강하다고 한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5년 동안 견뎌온 고통에 공감하진 못할망정 상처를 헤집는 행태를 이젠 멈추길 바란다. 인간에 대한 예의,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 문제다. 황교안 대표는 말뿐인 사과가 아니라 엄정한 징계로 이런 망언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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