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4.05 18:28 수정 : 2019.04.05 20:20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조세 형평성을 지켜야 할 기재부가 정치권이 결정했으니 따를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국회 의견을 다 받아줬다”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가 시행 1년 만에 후퇴하게 됐는데도 홍 부총리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여야 의원 10명이 지난 2월 종교인의 퇴직금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난달 29일 통과시켰다. 조세 형평성에 역행하는 법안인데도 홍 부총리는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했고 정부도 논의 과정에서 국회와 의견을 같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연장과 증권거래세 인하 문제에서도 홍 부총리는 정치권의 요구에 밀려 입장을 바꿨다. 홍 부총리가 3월4일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 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사실상 증세”라는 반발이 나오고 정치권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하자, 기재부는 열흘 만에 당정청 협의를 거쳐 3년 연장을 결정했다. 증권거래세 인하도 애초 기재부는 세수 감소를 우려해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히 요구하자 물러섰다.

최근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다 보니 홍 부총리가 경제사령탑으로서 경제정책을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게 아니라 끌려다닌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총리가 자신의 뜻대로만 경제정책을 밀어붙일 수는 없다. 그게 옳은 일만도 아니다.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정치권과 긴밀히 의견을 나누는 건 정책 결정과정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조세 형평성 같은 기본 원칙까지 훼손하면서 입장을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은 특정 이해집단이 무리한 요구를 해도 뿌리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정부는 달라야 한다. 경제정책이 인기 영합주의에 편승하는 것처럼 비치는 건 위험하다. 또 부총리의 입장이 수시로 바뀌면 정책 신뢰성에 문제가 생긴다.

홍 부총리는 자신을 낮추며 상대방과 소통하는 스타일이다. 좋은 덕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당정, 당정청 간의 소통 강화를 중시하며 실행해 왔다. 경제정책 주도권을 놓고 번번이 불협화음을 빚은 ‘1기 경제팀’과 비교돼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은 곤란하다. 그건 무소신·무책임과 다르지 않다. 청와대는 “경제사령탑은 홍남기 부총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홍 부총리 스스로 중심을 잡고, 더욱 분명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 관련 기사 : 종교인 과세 완화, 법사위에서 일단 제동

▶ 관련 기사 : 홍남기 부총리 “청와대와 엇박자 논란 끝냈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