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03 17:49
수정 : 2019.04.0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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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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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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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에서 거액의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 재벌기업의 풍토에서 사실상 종신직이나 마찬가지인 총수가 퇴직금을 챙기는 것 자체부터 뜨악하다. 더욱이 박 회장은 그룹 전체를 부실로 내몰고 경영 위기를 초래한 핵심 장본인이다. 회사 규정에 따른 것이라 해도 수십억원에 이르는 퇴직금을 받은 일은 매우 부적절하며 몰염치하다는 비난을 듣기에 부족하지 않다.
박 회장은 2017년 9월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때 책정된 퇴직금 21억9400만원을 지난해 수령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기업을 부실의 수렁에 빠뜨린 경영진에게 고액의 퇴직금을 주는 건 적절치 않다는 채권단 판단에 따라 미뤄놓은 터였는데, 금호타이어가 지난해 중국계 타이어 기업 더블스타에 매각된 것에 맞춰 돈을 빼 간 것이다.
박 회장의 사례는 과다한 퇴직금 수령으로 이미 논란을 일으킨 다른 총수들에 견줘서도 그 정도가 심하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종사자들의 생존을 벼랑 끝 위기로 내몬 최고 경영책임자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단순히 액수가 많다거나 갖가지 갑질, 가족들의 패악으로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킨 ‘사회적 논란’을 넘어서는 차원이다. 금호타이어가 극심한 자금난에 빠지고 경영 위기를 겪다가 끝내 중국 업체에 팔려나가는 비운을 맞은 게 모두 대우건설 인수와 재매각으로 대표되는 박 회장의 경영 실책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사재를 털어 기업 살리기에 보태어도 모자랄 판에 기업의 곳간을 또다시 축낸 일을 해당 기업 종사자들은 어떤 심정으로 받아들일지 아연하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달 28일 그룹 회장직과 아시아나항공·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힌 바 있어 퇴직금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박 회장이 지난해 두 회사에서 받은 연봉 14억2300만원, 근무 기간, 직급별 지급 배수 등을 고려할 때 규정에 따른 퇴직금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를 실제로 지급한다면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아시아나항공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약정(MOU)’의 갱신을 앞둔 채권단에서 기업 쪽의 자구 계획을 제출받을 때, 박 회장의 급여와 퇴직금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히 따져 부당한 결정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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