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02 18:44
수정 : 2019.04.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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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28일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퇴임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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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28일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퇴임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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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1일 올라온 상장기업들의 ‘2018년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퇴임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5개 계열사로부터 41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이 지난해 이들 회사로부터 받은 급여와 상여금까지 합치면 전체 보수는 455억원에 이른다.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이사 연임안이 부결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을 퇴직하면 70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는다. 다만 조 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 계속 경영에 관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당장 퇴직금을 받지는 않는다. 조 회장은 지난해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5개 계열사에서 107억원의 급여와 상여금을 받았다.
재벌 총수들이 이처럼 급여와 퇴직금 등 엄청난 규모의 보수를 받는 것은 이사회가 정한 ‘임원 보수 한도’와 ‘퇴직금 지급 규정’을 따른 것이어서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문제는 이사회가 총수 뜻대로 운영된다는 데 있다.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진이 총수의 측근이나 지인들로 채워지다 보니 총수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거수기’ 노릇을 한다. 사실상 총수 스스로 자신의 보수를 정한다는 얘기다. ‘셀프 연봉’, ‘셀프 퇴직금’인 셈이다. 대한항공은 애초 부사장 이상이 퇴직하면 1년 근무 중 ‘4개월치’ 월평균 보수에 재임 햇수를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줬으나 2015년 이사회에서 규정을 바꿔 회장에 한해 ‘6개월치’로 늘렸다.
주식 배당만으로도 막대한 수입을 챙기는 재벌 총수들이 급여나 퇴직금을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재벌닷컴 자료를 보면, 10대 그룹 총수가 받은 2018년도 주식 배당금이 8408억원에 이른다. 역대 최대 규모다. 2017년의 5318억원보다 58%나 증가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저서 <프런티어의 조건>에서 최고경영자와 일반 직원 사이의 급여가 20배 이상 차이가 나면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등 조직 운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구소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국내 재벌 총수 일가 출신 최고경영자의 보수가 일반 직원보다 평균 35배 많았다. 2014년 24배에서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016년 ‘최고임금법’(일명 ‘살찐 고양이법’)을 발의했다.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최고임금을 각각 최저임금의 30배와 10배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법으로 강제하기에 앞서 총수들 스스로 자신이 받는 보수가 적정한 수준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사회가 제구실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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