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씨가 마지막 남긴 문건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방 사장’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인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경찰을 회사로 부르고 조선일보 기자 2명을 배석시키는 등 이른바 ‘황제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또 그의 둘째 아들 방정오 전 <티브이조선> 대표가 장씨와 자주 통화하고 만났다는 새로운 진술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조사단)이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료배우 윤지오씨는 장씨 문건에서 ‘방씨 성 가진 언론인 3명’의 명단을 봤다고 증언하고 있다.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은 “조선일보 쪽에서 압박이 있어서 전례가 거의 없는 방문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며 조선일보의 ‘외압’을 진술하고 있다. 장씨가 죽음으로써 폭로하려 했던 성착취의 실체가 그동안 왜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조사단과 과거사위는 이제라도 ‘조선일보 방 사장’의 실체와 함께 수사 방해의 진실도 밝혀내야 한다.
고 장자연씨 동료배우 윤지오씨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방정오 전 대표의 지인인 ㅇ업체 김아무개 대표는 조사단에 “방 전 대표한테서 ‘연락을 자주 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자살을 했다. 측근인 ㅎ씨가 다른 사람이 접대받은 것으로 꾸며줘서 잘 마무리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장씨의 친구 이아무개씨도 장씨 다이어리에서 ‘방정오 ○○시 미팅’이라고 적힌 것을 여러차례 봤고 “방 전 대표가 자꾸 접근한다”는 말도 장씨한테서 들었다고 조사단에 증언했다. 사건 초기에도 미심쩍은 정황은 충분했다. 장씨가 어머니 제삿날 불려나가 차 안에서 울었고, 술자리 뒤엔 새벽 1시22분에 ‘말조심’하라는 입단속 문자까지 받았는데 그 술자리 주인공도 바로 방 전 대표였다.
그런데도 당시 검경 수사는 ‘조선일보 방 사장’ 일가를 철저하게 피해갔다. 방상훈 사장은 조선일보 회의실로 경찰을 불러 겨우 35분 조사받으면서 서울시경·경찰청 출입 기자를 배석시켜 녹음까지 했다. 듣도 보도 못한 ‘황제 조사’다. 그 뒤에도 조선일보는 ‘문건에 장씨가 쓴 조선일보 사장은 <스포츠조선> 전 사장으로 명백히 확인됐다’며 사실상 특정인을 지목하는 기사까지 내보내 당사자한테서 ‘인격살인’이란 반발을 샀다.
엉터리 조사로 진상을 덮었던 경찰은 10년 뒤 핵심 증인의 신변 보호에도 무성의한 태도를 드러냈다. ‘언론권력’에 무릎 꿇었던 검경은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진상을 밝히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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