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28 18:28
수정 : 2019.03.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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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내식 대란 사태’에 대해 사과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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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내식 대란 사태’에 대해 사과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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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그룹 회장직과 함께 핵심 계열인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등기이사직, 금호고속 사내이사직도 내려놓기로 했다.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한 장본인으로서 당연한 결정이나, 이것만으로 부실의 책임이 면제될 수는 없다.
박 회장의 퇴진을 불러온 1차 도화선은 아시아나항공의 ‘회계 부실’과 그에 따른 신뢰 상실, 자금난 조짐이었지만, 뿌리는 대우건설 인수·재매각으로 대표되는 잇따른 대형 경영 실책이다. 박 회장으로선 어떤 식으로든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처지였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그룹 경영 악화의 결정타는 2006년 대우건설 인수였으며, 그 책임자는 당연히 박 회장이다. 만신창이 상태에 빠진 그룹을 재건하기 위해 박 회장은 또다시 무리한 인수·합병을 강행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을 자금줄로 삼았다.
박 회장은 2009~2010년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다툼으로 동반 퇴진했다가 1년3개월 만에 복귀한 전례가 있다. 따라서 이번 퇴진도 일시적인 위기모면용 아니냐는 의구심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다. 또 명목상 회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인사권 행사를 비롯한 회사 경영에 실질적으로 개입할 개연성이 남아 있다.
박 회장 퇴진 발표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이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후임 경영진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박 회장의 입김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박 회장 측근이나 가까운 인물을 영입해 일단 위기를 넘기고 보자는 식은 더 큰 위기를 부를 뿐이다. 또 그동안 ‘황제 경영’으로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점을 고려해, 보유 지분이나 재산을 기업 살리기에 보태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관련 기업들을 지원할 때 박 회장 쪽에 합당한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마땅하다. 현재 추진 중인 그룹의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 과정에서 박 회장 쪽이 져야 할 책임의 몫을 명확히 제시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경영진은 임직원을 고통에 빠뜨릴 뿐 아니라 국민 세금의 낭비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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