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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5 18:22 수정 : 2019.03.25 19:21

서울의 한 창업컨설팅 업체 사무실 모습. 남녀 모두 반드시 정장을 입어야 한다. 손님들이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서울의 한 창업컨설팅 업체 사무실 모습. 남녀 모두 반드시 정장을 입어야 한다. 손님들이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온갖 현혹과 기만으로 자영업자들을 울리는 창업컨설팅업계 실태가 <한겨레>의 기획 보도로 민낯을 드러냈다. 현재 영업 중인 업체가 200여곳에 이르는데도 그 존재조차 제대로 알려진 적이 없다니 놀라울 뿐이다. 전체 자영업자 547만명에 1년에 100만명이 창업하고 80만명이 폐업하는 세계 1위 ‘자영업 공화국’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창업컨설팅업체의 ‘영업’ 행태는 혀를 내두르게 하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점포주에게는 집요한 겁주기와 어르기로 권리금을 거의 포기하게 하고 새로 창업하려는 이에게는 매출 속이기와 다그치기로 권리금을 부풀린 뒤 중간에서 상당 부분을 가로채는 수법이 보편적이라고 한다. 신도시 신축 상가의 병원 처방전 독점을 미끼로 약사를 유인해 억대의 수수료를 받아내거나, 프랜차이즈 본사와 짜고 창업자들에게 웃돈을 받아가며 가맹점 계약을 맺게 하는 등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수법도 동원됐다고 한다.

자영업자 처지에서는 창업컨설팅업체에 이중삼중으로 돈을 뜯기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속아서 창업한 자영업자 대다수는 머잖아 투자금을 잃고 폐업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자영업 창업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직장에서 조기 은퇴한 이들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전 재산과 대출금까지 털어 창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패하면 가족의 해체 위기로 이어질 공산이 그만큼 큰 셈이다.

<한겨레> 보도 이후 창업컨설팅업체들이 증거 인멸에 나섰다고 한다. 공인중개사법 위반, 표시광고법 위반 등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 현금으로 오가는 권리금 등 이들의 수익 대부분이 세원으로 포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만큼 탈세에 대한 세무당국의 조사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자영업의 위기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데에는 창업컨설팅업체의 ‘약탈 행위’가 적잖이 악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본다. 이들 업체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필요한 건 그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가 없는지 꼼꼼히 살피기 바란다. 나아가 창업을 앞둔 이들이 ‘깜깜이 창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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