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24 17:20
수정 : 2019.03.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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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한국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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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한국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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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 시도를 계기로 검찰의 재수사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25일 열리는 검찰과거사위 회의에서 김 전 차관 사건의 수사 필요성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22일 밤 외국으로 빠져나가려다 인천공항 탑승게이트에서 제지당한 김학의씨의 행동이 재수사에 불을 댕긴 꼴이 됐다. 빠르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성접대뿐 아니라 과거 수사를 방해했던 세력의 전모가 한 점 의혹 없이 드러나길 기대한다.
특히 김씨가 건설업자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고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 외에, 6년 전 경찰 수사 당시 ‘박근혜 청와대’가 수사에 압력을 넣었다는 구체적인 주장이 최근 제기되는 점을 주목한다. 사실이라면 도덕적으로 파탄 난 검찰 고위간부의 출세와 보호를 위해 청와대가 발 벗고 나섰다는 말이어서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 점에서 2013년 3월 경찰이 김학의 당시 대전고검장의 동영상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들어가자 청와대가 강하게 ‘중단’ 압박을 했다는 언론 보도는 놀랍다. <한국방송>(KBS) 보도를 보면, 당시 청와대 인사가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뒤이어 박관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경찰청을 찾아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이분의 관심 사안이다.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경찰의 내사 사실을 알고도 며칠 뒤 김학의씨를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했지만, 성접대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김씨는 결국 차관직을 그만뒀다.
더 가관인 건 그 이후 청와대가 경찰에 가했다는 ‘보복’이다. 청와대의 경찰 수사 외압과 보복 인사 문제는 성접대나 성폭행에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훨씬 심각한 권력의 타락을 드러내는 징표라 할 수 있다. 경찰 때문에 고위직 인선에 흠집이 났다고 생각한 청와대는 경찰청 수사국장부터 실무책임자인 특수수사과장까지 수사 라인을 전원 교체했다고 한다.
끔찍한 성범죄 혐의자를 단죄하기보다 오히려 차관으로 중용하고 이를 수사한 경찰 간부들은 줄줄이 좌천시켰다니, 집권 초기부터 ‘박근혜 청와대’의 도덕적 불감증이 어느 수준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김학의씨를 당시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그 오명을 이번 재수사에선 털어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수년간 숱한 의혹이 켜켜이 쌓여온 김학의씨 사건의 진실이 온전하게 국민 앞에 드러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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