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대법관 추천 비공개로 할 일 아니다 |
대법원이 내달 26일 임기가 끝나는 변재승 대법관 후임자를 선정하는 절차를 밟으면서 부작용 방지를 구실로 후보자의 비공개 추천을 의무화했다. 지난해 7월 대법관제청자문위는 대법관 후보를 추천하면서 후보 네 명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추천한 바 있으며, 이는 2003년 8월 김용담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불거진 소장판사 등의 개혁 요구를 대법원이 받아들인 결과였다. 그런데 6개월도 안 돼 다시 뒤집힌 셈이다. 그러나 이는 적임자를 뽑는다는 본질과 상관 없이 되레 소모적인 논란만 빚지 않을지 우려된다.
이는 지난해 후보자가 미리 공개돼 일부가 반발하는 등 후유증을 겪은 데 따른 조처로 보인다. 아울러 내년 7월까지 대법관 11명이 교체되는 등 단기간에 큰 폭의 물갈이가 있어 이 시기를 잡음 없이 안정적으로 넘기기 위한 포석으로도 비친다. 그러나 사법 권력의 틀을 짜는 일을 비공개 일변도의 편의주의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는 비공개로 하지 않으면 시민단체의 영향을 받아 사법부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들로부터 직접 선출되지 않았으면서도 막강한 권력과 권위를 부여받고 있는 대법관을 시민사회가 검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다. 비밀리에 진행할 경우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내밀히 추천돼 독립이 훼손될 소지도 있다. 심의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려 한다거나, 명예훼손의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공개한다면 그것대로 정당성을 따지면 될 것이다.
보수적 법조 엘리트들이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바람에 사법부의 개혁이 어느 부문보다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최고법원이 시대의 흐름이나 시민들의 다양한 견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이에 기인한다. 사법 영역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시민사회의 인사 추천 등 사법 참여를 적극 권장할 망정 배제할 일이 아니다. 대법관 선정이 어떻게 비공개로 쉬쉬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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