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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8 19:00 수정 : 2005.01.28 19:00

기업들의 과거 분식회계를 적당히 눈감아주고 넘어가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제는 이해찬 총리까지 나서 1분기 안에 기업들의 과거 분식회계를 면탈해주겠다고 공언했다. 이젠 아예 작정하고 기업 편에 서서 자신들이 만든 증권 집단소송법을 깔아뭉개겠다는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도대체 참여정부의 경제철학이 무엇인지 한심할 뿐이다.

정부는 집단소송법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상당수 기업들이 집단소송에 휘말릴 것이라는 재계의 우려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하지만 재계의 우려는 한마디로 재계의 우려일 뿐이다. 집단소송법이 시행되면 과연 어느 정도의 기업들이 소송 대상이 될 것인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도 없는 상태다. 이처럼 불확실한 전망에 근거해 여러 해 논란 끝에 겨우 합의한 정부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것은 정부 스스로 정책 일관성을 허무는 것이다.

오히려 현실적으로는 재계의 우려와 달리 집단소송법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는 2003년 집단소송법을 만들면서 재계의 요구를 상당폭 받아들여 소송 제기 요건을 아주 엄격하게 해놓았다. 대형 법무법인들은 아예 집단소송 업무는 취급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설사 집단소송법이 현행대로 시행돼도 실제로는 소송 제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하는 것들이다.

또, 이 총리는 “과거 분식을 일정 기간 면탈해 주는 대신 새로운 분식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현실적으로 그런 상황을 기대하긴 어렵다. 기업들 표현대로 과거 분식회계는 ‘하나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은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가 이번에 틈을 보이면 기업들은 언젠가 또다시 ‘분식 사면’을 요구할 것이다. ‘이번만 봐주면 앞으로는 잘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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