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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성공하는 개혁’ |
열린우리당의 정세균 신임 원내대표는 민생경제에 중점을 둔 실용주의 노선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민생과 개혁은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며 “개혁이 이루어져야 민생이 살아나고, 민생 중심의 개혁이어야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여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혁과 민생을 같이 중시한 듯하지만 ‘민생 중심의 개혁’을 강조함으로써 민생에 무게를 실었다.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이란 말로 선명한 개혁노선을 강조한 천정배 전 원내대표 때와는 다른 길을 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또 주요 개혁법안 처리에 대해 의지나 목표뿐 아니라 결과 역시 중요하다며, 이를 ‘성공하는 개혁’이라고 일컬었다. 구체적으로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폐지 뒤 형법 보완이라는 당론은 유효하며, 2월 임시 국회에서 다루기로 한 여야 원내대표 합의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정책의 실천력과 여야 타협을 강조한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개혁 의지와 방향 설정은 적잖이 우려된다. 민생의 강조가 곧 껄끄러운 개혁은 유보하겠다는 뜻으로, 타협의 강조가 원칙을 고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의 실용주의가 이런 쪽이라면 그 궤도는 수정돼야 한다.
우리 사회는 실용주의를 말하기 전에 근본적인 수술을 해야 할 것이 널려 있다. 분단의 악령인 보안법은 물론이고, 사학·언론·재벌 등 힘센 집단들의 전횡도 공정하고 투명한 세상을 열어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과반의 제1당으로 만들어준 것은 이에 대한 개혁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내부의 동력을 추스르고, 다수결 원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개혁 인프라를 구축해 시민사회의 여망에 부응해야 한다. 개혁과 민생은 결코 배치되지 않으며, 심각한 민생 현안인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근본 개혁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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