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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사이비 이상주의’와 한반도 |
새 임기를 시작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자유’로 시작해 자유로 끝나는 취임사를 했다. 그는 자유를 “미국 안보를 위한 긴급한 요구이자 우리 시대의 소명”으로 격상시키면서 ‘온세계의 폭정 종식과 민주 운동·제도의 성장 지원’을 선언했다. 자유와 억압을 맞세우는 이분법적 선악관도 되풀이했다.
그가 주장하는 이런 ‘이상주의’는 사이비일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기존 일방주의 대외정책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확대·강화하겠다는 의지마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거짓 명분을 내세워 수만 명을 살육한 이라크 침공에 대해 한마디도 반성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기후변화협약 도쿄의정서 거부, 국제형사재판소 거부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많은 나라가 이라크 침공에 반대한 것과 관련해서도 “자유 국가의 분열은 자유의 적의 일차적인 목표”라고 호도했다. 그가 취임한 날에도 딕 체니 부통령은 방송에 나와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도 북한과 이란 등 6개 나라를 ‘폭정의 전진기지’로 지목한 바 있다.
이런 발언들은 원칙적인 것일 뿐 부시 행정부가 앞으로 좀더 실용적인 쪽으로 나갈 거라는 시각도 있다. 부시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미국은 원하지 않는 나라에 자신의 정부 형태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정권교체’보다는 다소 온건하다. 하지만 미국 지도부의 기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새로운 미국 행정부의 출범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몇 달 안에 북한 핵 문제 해결 노력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시 대통령이 곧 있을 시정연설에서 대북한 적대정책 포기를 분명히할 필요가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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