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노조탄압이 삼성 ‘경영이념’인가 |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직원에게 거액을 건네며 조합 탈퇴는 물론, 사직까지 강요했다는 ‘증언·증거’가 나온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물론, 노동조합 자체에 부정적인 삼성그룹의 경영방식은 재계 안팎에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데도 삼성은 노조탄압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강력하게 이를 부인해 왔다. 하지만 노조원에게 탈퇴 조건으로 1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준 ‘지급확인서’가 공개되고 이를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밝힘으로써 삼성의 노조탄압 문제는 더는 묻어둘 수 없는 쟁점이 되었다.
더구나 돈으로 ‘탈퇴’를 강요받은 40대 노동자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인사부 간부가 노조 가입을 시인하라며 다그쳤고, 가입자 이름까지 모두 대라며 추궁받은 뒤, 탈퇴를 집요하게 강요받았다는 것이다. 증언이 사실이라면, 단계마다 부당 노동행위가 저질러졌음은 물론이고, 심각한 인권유린 행위도 있었다는 얘기다. 구렁이 담넘듯 ‘일과성’ 사안으로 넘어갈 수 없는 까닭이다. 심지어 그 노동자는 일단 직장만을 잃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탈퇴엔 동의했으나, 탈퇴서를 쓰자마자 곧장 “삼성의 경영이념에 배치되는 사고로 노조에 가입했던 사람은 삼성에 더 다닐 수 없다”며 퇴직을 강요받았다고 한다.
삼성 쪽은 백색가전사업 부문을 수원에서 광주로 이전하면서 정상적으로 희망퇴직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명예퇴직금보다 1억원 가량 많게 지급한 이유에 대한 해명으로는 불충분하다. 문제의 증언이 사실이 아니라면, 이는 ‘초일류기업’ 삼성전자에 대한 중대한 명예훼손이다. 하지만 증언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실망스럽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민주공화국의 세계적 첨단기업에서 개발독재 시대의 원시적 노조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노동부의 진상조사는 물론이고, 곧바로 검찰이 수사에 나서 철저히 진상을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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