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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3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의장직 사퇴의사를 표명한 뒤 눈을 닦고 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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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안겨줬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들이 개혁을 내세운 열린우리당에 과반 의석을 몰아준 뜻은 진정한 민주·인권의 시대를 열자는 것이었다. 그러함에도 열린우리당은 변죽만 요란히 울렸을 뿐 실질적으로 이뤄낸 게 거의 없다. 국가보안법은 폐지 당론을 정하고 시한까지 못박았다가 다시 몇번을 오락가락해 신뢰를 잃고 말았다. 사실상 한나라당에 끌려다니며 허송세월을 한 것이다.
말이 씨가 안 먹히는 완고한 한나라당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과반 의석에다가 개혁에 적극적인 민주노동당이라는 우군이 있는 상황에서, 견인하거나 돌파해내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리더십과 전략의 부재 탓이다. 다수당의 원내 우위를 살릴 수 있는 제도 인프라를 정비하지 못했다. 당 내부의 복합적인 구성도 허약체질에 한몫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런 과제를 8개월 넘도록 풀지 못한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대로 가면 개혁 법안도 2월 임시국회에서 알맹이 빠진 누더기 법안으로 타협해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열린우리당은 17대 국회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소임과 목표를 다잡고,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개혁을 이뤄낼 수 있게끔 다시 추슬러야 한다. 이번이 열린우리당에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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