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땅에 어른거리는 ‘친일’그림자 |
친일행위자의 대표로 꼽히는 이완용과 송병준이 일제 때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서만 94만여평의 땅을 소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규모는 작지만 또다른 친일 행위자들이 권리를 행사했던 것으로 보이는 땅도 새로 드러났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관련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다. 이들 토지는 현재 대부분 국가나 다른 사람 소유로 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후손들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현행법의 빈틈을 헤집고 언제든지 반환소송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실제로 이들이 1990년대 이후 낸 소송이 30건에 이르고, 특히 이완용 후손의 사례에서 보듯 승소한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친일 행위자들이 재산을 되찾겠다는 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 제정 등을 서둘러야 할 때다.
일제에서 해방된 지 60년이 됐는데도 친일파의 땅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분명 우리 역사의 비극이다. 그동안 친일행위에 대해 반성과 단죄를 제대로 못한 업보가 크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친일파들의 중요한 물적 토대의 하나였던 땅 소유권을 두고 더는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들의 후손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조상 땅을 되찾겠다고 나서는 일이 없게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더군다나 이들 땅의 상당 부분이 친일행위의 대가나 친일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소유한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정당하게 취득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들 땅이야말로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지원하고 독립운동사와 친일사 연구 등을 뒷받침하는 데 쓰여야 옳은 것 아닐까 싶다.
마침 여러 국회의원들이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재산환수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 시일 안에 이 특별법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사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 전에라도 정부는 친일파들이 전국에 소유했던 토지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환수 작업의 비용 등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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