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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6 19:08 수정 : 2005.01.26 19:08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에스비에스 방송이 주최한 제2차 미래한국리포트 발표회에서 의미있는 제안을 했다. 고용 확대를 위해 근로시간을 과감히 단축하자는 것이었다. 끊임없이 진행되는 자동화와 정보화는 좋든 싫든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줄여 나갈 것이기 때문에 1인당 일하는 시간을 1일 6시간 내외까지 줄이는 날이 온다는 것이었다. 900만명 이상이 하루 평균 9~12시간 일하는 우리 실정과는 엄청난 격차다.

리프킨은 따로 만난 자리에서 생산적 일자리의 나눔 못지 않게, 사회적 일자리의 중요성과 다양성을 강조하였다. 사회적 역할이 개개인에게 주는 의미, 지역사회를 부드럽고 풍성하게 하는 이유, 타임 크레디트 등의 방법으로 은행이나 카드회사에 예치해 두는 여러 가지 적립방식과 교환, 사용방식 등을 설명해 주는 그한테서 인간 사랑, 사회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영국 등 유럽은 제3섹터가 고용하는 취업자 비중이 7~10%에 이르고 있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150만~220만명의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사회복지·환경개선 등 공공 비영리 영역에서 시민사회가 할 몫이다.

고용률이 60%를 밑도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여성인력의 활용률이 50%밖에 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일자리가 거의 무시되다시피 된 데는 우리의 체면문화 내지는 찰나적이고도 이기적인 문화탓도 있겠지만 종교단체, 비영리 시민단체의 활동이 매우 제한된 영역에만 집중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본다. 지금 당장은 생산적 경제적 일자리로 보이지 않겠지만, 지역사회 통합이나 발전에 아주 긴요한 사회복지·환경개선과 관련된 사회적 일자리는 무궁무진하게 창출될 수 있으며, 시간이 흐르면 결국 하나 둘 생산적·경제적 일자리로 자리매김하게 마련이다.

쉬운 예로 전국 1만여 학교 시설을 이용하여 지역사회가 방과 후 공동 학습도우미 네트워크를 만들어 운영하면 600만 아동들에게 양할아버지·할머니, 양아버지·어머니, 양오빠·언니가 생겨나면서, 지역 내 어르신들은 물론 주부, 대학생들에게 좋은 자원 봉사 겸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학습도우미 사업이 안정되면, 지역사회 공동 보육도우미 사업도 교회나 학교 특수시설을 보강하여 운영할 수 있다. 보육도우미 사업은 육아가 힘들어 출산을 기피하거나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200만 신생아와 영아를 둔 가정에 큰 희망이요 복음과 같을 것이다. 특히, 낮은 출산율에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지속가능성이 없는 민족과 사회로 전락하게 될까 고민하는 우리 실정에, 지역사회 공동 보육도우미 제도가 사회적 일자리로 자리잡게 된다면 1석2~3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사회적 일자리의 기회는 농촌과 산림, 공원분야에도 무수히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 농촌은 지금 급속한 고령화와 국제 경쟁력 상실로 황폐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많은 농촌은 오히려 도시 중산층 못지않은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고, 웰빙붐을 타고 동경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큰 차이는 우리나라 농촌은 농업소득에만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선진국 농촌은 농업 외 소득이 농업소득의 2~3배 이상 되고 있다. 농업 외 소득은 농촌을 단순한 농산물의 생산장소로만 여기지 않고, 생태체험, 농촌 문화체험, 휴양, 관광, 교육 등 복합적 기능을 하는 곳으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전국 4만여 농촌마을마다의 특색 있는 마을 이야기, 사람이야기, 농업이야기, 생태유산, 문화유산을 콘텐츠로 지식산업이나 문화산업으로 해 놓은 것도, 그런 것을 시도하려는 시민단체나 정부의 노력도 미미하다.

이제, 우리도 시민사회와 기업,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합하여 소외되어 왔던 지역 내 어르신, 중도 퇴직자, 주부, 대학생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여 그 분들께는 보람과 희망을 드리고, 지역사회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의 환경과 교육 수요의 상당부분을 사회 통합적 노력으로 해결해나가는, 사람중시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이다.

문국현/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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