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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7 21:18 수정 : 2005.02.17 21:18

겨울 동안 서울의 명소 하나가 생겼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스케이트장이 그러하다. 평일 이용객이 2200명에 이를 정도로 시민들의 이용도가 높을 뿐 아니라 이를 본받기 위한 전국 지자체들의 문의와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스케이트장은 시장의 지시에 의해, 겨울 동안 시민들이 광장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설치 운영되고 있다. 그런 만치 서울시는 스케이트장을 시민을 배려하는 시정의 한 본보기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잔디광장 조성,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의 주요 시정과제들은 정치적 타산과 상징조작의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어, 시민에 대한 배려는 허울뿐일 경우가 많다. 이는 시장의 리더십과 무관하지 않지만 화려한 성과주의에 의해 가려져 있다. 서울광장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광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축제의 장소였던 ‘시청 앞 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시장 공약에 의해 생겨났다. 시민 공모를 통해 ‘빛의 광장’이란 조성방안이 마련되었지만, 정작 태어난 것은 잔디광장이다. 광장을 만들면서 불편하기 그지없는 잔디를 깐 것은 자유로운 이용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가령, 집회를 위해선 24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에 신고만 하면 되는 집시법 규정과 달리, 서울시는 ‘서울광장 사용조례’를 만들어 집회 7일 전에 시의 사용허가를 받도록 했다. 관리비도 만만찮다. 조성한 지 6개월도 채 안 되어 전체 잔디면적보다 많은 잔디가 교체되었고 평당 월 평균 유지보수비도 8770원으로 월드컵공원의 14.5배, 여의도공원의 9.8배에 이른다.

이러한 장치에도 불구하고 광장이 불순한 시위장소로 전락하면서 광장 훼손은 물론 시민 안전을 해친다고 판단한 서울시는 공공재산인 광장을 시의 공무를 위한 공용재산으로 바꾸는 서울시 도시계획 변경안을 지난해 말 시의회에 제출했다. 법적 정당성도 없고 실효성도 없다는 이유를 들어 안건심의가 보류되었지만, 시장은 차기 회기 때 원안을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이러는 와중 서울시는 2005년 1월 초 청사운영팀을 신설해 시청 앞 광장을 관리하는 광장운영팀과 청사관리반 방호팀을 통합하는 내용의 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해 공포했다.

잔디보호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니 법적으로 시청사 일부로 포함시켜 광장을 확실하게 통제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의도다. 공공 공간의 합리적 관리는 필요하다. 문제는 이 수준을 넘어서는 데 있다. 시청 부속시설로 광장을 관리한다는 것은 공무원이나 민원인이 시청사를 이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광장 이용을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겉으로 시민을 위하는 것 같지만 이런 관리방식은 관의 통제에 시민들이 순응하고 따르는 철저한 관치주의를 반영한다.

따라서 광장을 시의 부속시설로 두겠다는 발상은 근본적으로 시대착오적이다. 우선 이는 ‘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저버리는 처사가 된다. 또한 법적인 요건이 불충분하다는 점에서 광장을 시청 부속시설로 전환하는 것은 탈법적일 수 있다. 시민을 위한 공공재산을 시를 위한 공용재산으로 바꾸는 것은, 시민의 재산을 관이 앗아가는 것으로, 관이 시민 위에 군림하는 비민주성을 반영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광장의 본래적 기능을 제약함으로서 육성되어야 할 시민민주주의 자체를 퇴행시키는 점이다.

서구의 오랜 도시 어디를 가도 도심엔 시청, 의회, 시장, 교회 등으로 둘러싸인 광장이 있다. 이곳에서 시민들은 그들의 자유와 권리를 집회나 축제 등의 방식으로 표출한다. 신문이나 방송이 시민들의 의사를 자유롭게 교환하고 표현하는 민주주의의 한 도구라면, 광장은 이 기능을 공간적으로 수행하는 장치다. 도시의 건강한 민주적 발전을 위해 제대로 된 광장의 조성과 운영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광장은 관의 전유공간으로서가 아니라 시민 전체가 공유하고 보호하는 공공 공간으로 지위를 누려야 한다.

조명래/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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