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25 18:20
수정 : 2005.01.25 18:20
서울시에서 한강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시설을 마련하여 700만~800만 관광객에게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겠다니 야심에 찬 계획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이 계획 어디에도 한국적인 요소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
오페라는 서양음악이다. 세계적으로 서양음악 애호 인구가 많으니 현실적으로 우선은 오페라하우스가 청중을 동원하는 데 손쉬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에겐 우리만의 음악이 있고 오페라에 비견될 만한 우리의 판소리는 그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2003년 11월 유네스코 제2차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되었다.
게다가 우리 음악은 외국에도 많은 애호가들이 있다. 국립국악원이 체코에서 공연했을 때 체코의 여러 장관들과 정·관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막이 내린 뒤에도 박수를 멈추지 않았으며, 유명 피아니스트 얀 시몬은 “절제된 가운데 정신적 세계를 추구하는 신비로움과 리드미컬하면서도 세상의 모든 소리가 녹아 있는 듯한 역동성을 느꼈다”며 “서양음악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세계”라 표현했다고 한다. 캔버라에서 국립무용단의 ‘코리아 환타지’ 공연을 본 오스트레일리아 국가 원수 마이클 제프리 총독은 “오스트레일리아는 한국의 기나긴 역사와 예술적 역량을 배우고 싶다”며 공연의 높은 예술성을 극찬했다고 한다.
서양음악은 우리의 것이 아니니 무조건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새겨볼 때 유구한 역사와 전통의 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음악으로 오페라보다는 판소리와 같은 우리의 것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우리 음악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며 중요한 문화상품인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찾았을 때 서양음악보다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할 것이다. 우리도 일본이나 중국에 갔을 때 거기 있는 유명 오케스트라의 공연보다는 가부키나 경극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가?
오스트레일리아에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건 당연하다. 그건 그들의 음악이니까. 그러니 우리도 우리만의 상품을 내놓자. ‘시드니엔 오페라하우스, 한강엔 판소리당’이 어떤가? 그래서 몇 해 뒤, 아름다운 한강 노들섬에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원더풀’을 연발할 기대를 가지고 우리의 판소리, 사물놀이, 탈춤, 한국무용 등을 관람하기 위해 매일 타임스퀘어 부스 앞에서처럼 길게 줄지어 서있는 모습을 보게 하자. 게다가 그 옆 오페라하우스에선 세계 최고의 서울시향이 공연을 한다면 금상첨화겠다.
이인순/경기도 광명시 하안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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