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문제는 ‘반MB 연합’과 ‘반신자유주의 연합’의 결합이다 / 손호철 |
한겨레를 읽고
<한겨레> 6월11일치 “‘87년 민주주의’ 후퇴인가 ‘97년 신자유주의’ 심화인가”라는 기사는 내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한국 민주주의와 87년체제’라는 토론회에서 발표한 글을 중심으로 ‘87년체제’ 논쟁을 잘 소개해주었다. ‘87년체제’는 헌정체제 등 일부 ‘부분 체제’의 의미는 있지만 경제체제와 정치체제의 결합체인 ‘사회체제’라는 면에서는 ‘경제체제’가 신자유주의적으로 완전히 바뀐 1997년 이후 시효가 다 되어 현재는 ‘97년체제’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해당 기사가 논쟁을 정치전략과 연결시킨 부분은 문제가 있다. 기사는 ‘97년체제론’이 반신자유주의 연합론과, 87년체제론이 반이명박 연합과 연동된다고 분석했으나 이는 내 생각과 다르다. 기사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제 글이 구체적으로 분석했듯 97년체제론이 반신자유주의 연합론과 관련된 것은 사실이지만, 반이명박 연합은 87년체제가 아니라 08년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반이명박 연합은 크게 보아 첫째 이명박 정부 집권 후 나타난 정치적 민주주의의 후퇴, 둘째 감세 등 극우적 경제정책, 셋째 냉전회귀적인 대북정책과 관련되어 있는 바, 이는 모두 87년체제와는 거리가 멀다. 정치적 민주주의의 후퇴는 ‘08년체제’의 정치체제와 관련된 것이고, 감세 같은 이명박 정부의 ‘우파 신자유주의’ 정책(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좌파 신자유주의’와 구별되는)은 ‘08년체제’의 경제체제와 관련된 것이다. 나아가 부분 체제인 분단 체제라는 시각에서 보면 2000년체제가 ‘평화공존적 분단’이었다면 ‘08년체제’는 군사독재 시절의 ‘적대적 분단’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에 반대하는 것이 반이명박 연합이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97년체제’냐, ‘08년체제’냐가 아니라, ‘97년체제’와 ‘08년체제’의 관계, 즉 반신자유주의 연합과 반이명박 연합의 관계다. 전자만을 강조하는 것은 좌익 소아병으로 문제가 많다. 반대로 후자만 강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정규직 확대, 신자유주의 정책 등에 대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반이명박을 위해 무조건 대동단결하자는 것은 역으로 우편향이다. 결국 반이명박 연합과 반신자유주의 연합을 정세에 따라 적절히 결합해 나갈 수밖에 없다.
일례로 민주당은 최근 재보궐 선거에서 한-미에프티에이 본부장 출신을 인천 부평을 후보로 출마시켰는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민주노총 등은 반이명박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지지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엠비(MB)악법 반대투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과 관련된 반이명박 투쟁에서 이들이 민주당에 대해 “너희는 한-미에프티에이 본부장을 공천한 신자유주의 세력이니 같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당장 눈앞의 투쟁인 ‘08년체제’의 문제, 나아가 보다 심층적인 문제인 ‘97년체제’의 문제를 적절히 결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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