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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14 21:25 수정 : 2009.06.14 21:25

4개 시군 폐지된 뒤 ‘무소불위 권력’
‘심복’을 서귀포 시장으로 내려보내고
주민 의사 무시 해군기지 찬성 선포
영리병원·한라산 케이블카도 추진

현재 국방부와 해군은 희귀 해양 동식물이 서식하여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문화재청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바다를 매립하여 이지스함과 잠수함 등 20척 이상의 최첨단 군함이 정박하고, 항공모함까지 접안할 수 있는 전략해군기지 건설을 2014년 완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공군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중국에 대한 폭격기지로 사용되었던 제주 서남부 지역의 ‘알뜨르 비행장’에 ‘남부탐색구조부대’라는 이름의 공군기지 건설계획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군사기지들이 완성되면 제주도는 오키나와처럼 ‘기지의 섬’이 될 것이다.

정부의 군사기지 건설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제주도민들은 1988년 송악산 군사기지 건설 반대운동, 2002년 화순항 해군기지 반대운동 등 강력한 저항을 통해 섬의 평화를 지켜왔다. 그리고 이러한 평화운동은 2005년 노무현 정권이 ‘세계 평화의 섬’으로 선포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평화의 섬’과 ‘군사기지’는 양립 가능하다며 2007년 5월, 두 차례의 여론조사를 통해 해군기지 유치 찬성을 발표했다. 앞으로 100년 이상 지역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군사기지 건설 문제를 합법적인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한 것도 아니고, 조사 설계와 해석 과정에서 의뢰자에 따라 결과 조작도 가능한 여론조사를 통해 확정한 것은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주민들의 민주적인 참여를 봉쇄한 것이다. 실제로 그 여론조사는 제주도의회와 제주도 감사위원회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되었으며, 여론조사 대행기관 또한 원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태환 도지사는 해군기지 건설 강행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중앙정부와 기본협약(MOU)을 성급히 체결하였는데, 그 내용에는 도민들 사이에 합의조차 안 된 공군기지 설치 가능성이 명시되어 있었고, 그동안 꾸준히 제기했던 ‘알뜨르 비행장’에 대한 반환도 명확하게 매듭짓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의회는 ‘굴욕적 협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제주도민들이 지난 5월 초부터 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군사기지 벨트화에 대한 저지뿐만 아니라, 그간 김태환 지사가 각종 정책 추진 및 결정 과정에서 보여온 독단과 오만, 권력 남용에 대해 심판하기 위해서다.

제주도는 2006년 7월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기초자치단체인 기존 4개 시·군이 폐지되었고, 따라서 모든 권력은 도지사로 집중되었으며, 시장·군수·시군의원들을 뽑을 수 있는 도민들의 권리도 박탈당했다. 이를 주도한 것은 당시 현직에 있었던 김태환 지사였다. 그는 특별자치도 1기 도지사 선거에 나가 공무원을 동원한 선거운동을 하여 2심에서까지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김태환 지사는 그 뒤 더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이던 충실한 심복을 임명직 서귀포 시장으로 내려보냈고, 지난해 여론조사 결과 추진하지 않기로 했던 영리병원을 이름만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바꿔 재추진하고 있다. 또한 본인 스스로 포기했던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또한 이명박 정권의 등장으로 인한 각종 환경보전정책 완화에 기대어 은근슬쩍 재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공무원을 동원한 내국인 카지노 유치 찬성 서명운동 등 각종 지역 현안에 대한 동시다발적 추진을 통해 제주사회를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민들은 이렇게 무능력하고 갈등만 불러일으키는 제왕적 도지사에 대해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6월10일 현재, 투표 발의 요건인 유권자 10% 이상이 주민소환투표 청구 서명을 하였다.

김 지사 주민소환운동은 현행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의 무수한 단점과 학연·지연·혈연으로 뒤얽힌 제주 사회의 독특한 연고주의인 ‘괸당(‘친척’을 뜻하는 제주 방언) 문화’와 중앙정부에 대한 구조적인 종속 요인을 뛰어넘어, ‘기지의 섬’으로 뒤바뀌기 전에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풀뿌리 주민자치와 평화운동이다. 또한 개발세력에 찬동하여 지역주민의 자치권과 평화적 생존권, 그리고 세계적 수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파괴하려는 지방 최고정책결정자와 중앙정부에 대해 저항하는 위대한 투쟁이다. 국민들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기 바란다.

김동주 제주대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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