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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10 19:00 수정 : 2009.05.10 21:37

왜냐면

한겨레를 읽고│‘경찰관직무집행법’ 이렇게 생각한다

영장주의 예외 인정하잔 것
불심검문 대개 반강제적
‘거부 가능’ 규정 사문화될 우려

오늘날 범죄 형태가 다양해지고 강력범죄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수사기관의 초동수사의 중요성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수사의 필요성은 결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과 형사소송법의 피의자, 피고인의 인권 보장을 침해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은 문제가 있다고 여겨진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은 경찰관이 거동불심자에 대해 정지시켜 질문을 할 수 있으며 질문을 위해서 부근 경찰서 등으로 동행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상대방은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으며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서 발의된 일부개정안 중 특히 논의되고 있는 부분은, 경찰관은 직무질문을 하면서 차량 등을 영장 없이 수색할 수 있으며, 답변을 거부하여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주민등록증 등의 제시를 요구할 수 있으며, 동행 요구를 하여 지문 채취까지 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경찰관이 불심검문을 하면서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자동차의 내부를 수색하는 것은 강제처분에 해당한다.

현행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강제처분에는 원칙적으로 영장이 필요한데, 개정 법안은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경찰관의 불심검문은 범죄 혐의를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수사 개시의 원인, 즉 수사의 단서에 불과하다. 수사의 전 단계에 불과한 불심검문에서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자는 것은 영장주의를 잠탈(潛脫: 몰래 빠져나감)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주민등록증 등의 제시를 요구하고 상대방이 거부해서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지문 채취를 할 수 있다고 하는 부분은 직무질문과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하는 규정을 사문화시킬 우려가 있다. 또 그것이 제한 없이 행해질 경우에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문 채취에 관하여 법무부령은 지문 채취의 대상에 대하여 피의자로 규정하고 있다. 불심검문의 거동불심자는 수사기관이 혐의를 두고 수사의 대상에 올려놓은 피의자가 아니다. 단순히 거동이 수상하다는 이유로 동행을 요구하여 지문을 채취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불심검문은 상대방의 협력과 동의를 요구한다. 즉 상대방은 불심검문에 대하여 답변을 거부할 수 있으며 임의동행을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에서 경찰관의 질문과 동행 요구에 대해서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을뿐더러 거부하기 힘든 상황도 있기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불심검문에 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하고 임의동행을 요구하고 지문 채취를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불심검문 중 수사의 긴급성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사태의 긴급성, 혐의의 정도를 고려하여 형사소송법의 긴급체포의 요건이 갖추어질 경우 긴급체포에 의하여 그리고 자동차의 수색이 필요한 경우는 긴급체포 시 압수, 수색, 검증은 영장 없이 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수사 개시의 전 단계인 불심검문에서 피의자 신분이 아닌 사람에게 수사의 필요성이라는 잣대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인권 보장과 강화라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형사소송의 목적은 실체 진실의 발견에 있다. 소극적 측면에서는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죄 없는 자를 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표현된다. 형사법 제정과 개정 때는 이 원칙을 가장 유념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광수 서울 관악구 신림9동,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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