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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10 18:58 수정 : 2009.05.10 22:52

왜냐면

5회 이상 캐서린이 안 나온다
한국 예찬 대신 비판한
한겨레 인터뷰 때문이 아닌가
그는 솔직했다
미수다에 솔직함이 절실하다

〈한국방송〉 ‘미녀들의 수다’(미수다)에서 캐서린 베일리(뉴질랜드)가 출연하지 않고 있다. 다수의 외국 미녀가 번갈아 가며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한 출연자가 여러 회 출연하지 않는 것이 특기할 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캐서린이 거의 매주 출연했음을 고려할 때, 5회 이상 캐서린이 출연하지 않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물론 캐서린 개인의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프로그램 방향이 크게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한겨레〉 4월3일치에 실린 캐서린의 인터뷰가 계기가 되어 캐서린이 출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캐서린은 솔직했다. 그를 찾아간 기자가 기대했던 것처럼 ‘한국 예찬, 대구 예찬, 미수다 예찬’을 하는 것이 좋았을 테지만 캐서린은 솔직하게 한국인 비판을 쏟아냈고, 그 비판은 대부분 사실이기에 우리의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그는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왜곡된 교육열을 비판한다. 공부만 강조되고 그 밖의 모든 것은 폄하되는 우리의 교육 태도는 다양성과 창조성이 강조되는 21세기와는 도무지 어울릴 수 없는 낡은 교육 방식이다. 캐서린은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시작했던 포드주의적 공부 방식과 성과 체계가 21세기의 청소년들에게 여전히 적용되고 있는 것에 놀라워한다.

중국인 은동령씨가 단오는 중국에서 유래됐다고 말했다가 악성 댓글(악플)에 시달렸던 일을 두고도 캐서린은 한국인들이 좀더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은 우리 한국의 이웃 나라였고 수백년 동안 한국이 중국의 문화적 영향력 아래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오가 아니라 설날, 추석이 유래됐다고 해도 놀랄 만한 일은 아닌 셈이다. 한국이 거칠게 일본인들과 중국인들을 대할 때,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인의 자긍심과 자부심은 동아시아 국가의 일원으로서 가깝게는 일본과 중국, 멀게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데서 나타나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피부색이 같은 동양인들에게 보이는 편견과 혐오는 중국과 일본에 지배당했던 피해의식이 가장 저급한 형태로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캐서린이 말한 것처럼 서양인에게는 매우 관대한 우리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그런 의심은 확신의 경계에 선다.

캐서린은 솔직했다. 생각해 보면 외국 미녀들의 솔직함이야말로 미수다의 인기 비결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수다를 거의 빠뜨리지 않고 보는 사람으로서 이 프로그램의 첫째 장점은 각국의 미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에 보태어 외부자의 시각에서 가끔 그들이 한국인에게 하는 충고가 서늘하게 다가오고,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도 큰 장점이었다. 캐서린이 미수다에 대해 인터뷰에서 한 말도 미수다 팬들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선 안에서의 비판이었다. 미수다는 캐서린을 다시 출연시키고 어느새 ‘엽기적 신변잡기 늘어놓기’가 되어버린 듯한 프로그램을 애초대로 돌려놨으면 한다. 캐서린의 솔직함이 지금 미수다엔 절실하다.


박승범 광주 북구 오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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