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지나치게’라는 기준 모호한데다전 정권에선 문제없던 것이
현 정권에서는 유해 매체물 판정
작가의 의도 ‘추측 심의’도 문제 법원이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판정받은 그룹 동방신기의 4집 타이틀곡 <주문-미로틱(MIROTIC)>에 대해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시국이 하 수상해 내심 걱정하던 터라 당연한 소식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다. 필자가 이미 몇몇 매체에서 지적했듯이 현재의 심의제도는 세 가지 점에서 큰 문제를 갖고 있다. 첫째, 심의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음반에 대한 심의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제7조의 심의 기준에 따라서 행해지는데 조항들의 대부분이 ‘지나치게 묘사한 것’을 금한다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기에 심의위원은 자의적으로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필자는 어떤 단어나 어떤 표현을 정확히 지정하여 금지하는 식으로 심의의 기준이 좀더 명확해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물론 이전에 심의 기준에 대한 다양한 토론을 통해 상식적이고 건전하며 동시에 시대에 맞는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함이 우선일 것이다. 둘째, 심의의 기준이 일관적이지 않다. 전 정권에서는 문제가 없던 음악이 현 정권에서는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판정되거나, 명백히 불륜을 묘사한 드라마는 가족 시청 시간대에 버젓이 방영되는데 상식적으로 전혀 이상이 없는 <주문-미로틱>의 가사는 선정적이라는 딱지를 달게 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심의의 기준이 일관되지 않으면 누구라도 이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셋째, 결정의 많은 부분이 작가의 의도를 추측하여 행해진다. 예술이란 비유, 은유, 유비, 상징 등 여러 예술적 표현을 써서 복합적인 의미를 전달하기에 작가 본인도 그 의미를 확정하기 쉽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주문-미로틱>에서 사용된 ‘크리스털’(crystal)이나 ‘레드 오션’(red ocean) 같은 경우 이는 복합적이면서 동시에 중립적인 표현이다. 이를 성적인 것에 대한 상징으로 해석하는 것은 작가가 이러한 표현을 의도적으로 성적으로 배치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 출발한 결과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처럼 문제를 안고 있는 심의제도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작가의 창작 의욕을 저하시켜 작품의 질적 저하를 일으킬 것은 명백한 일이다. 게다가 작품의 질적 저하는 궁극적으로는 산업 침체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문화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21세기에 이는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방시혁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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