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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22 18:22 수정 : 2009.03.23 16:00

왜냐면

WBC는 냉정하게 말하면 MLB 홍보 이벤트
같은팀을 5번이나 만나는 경기방식은
중계권과 관중수입 올리겠단 스포츠상술
태극마크 투혼과 국민적 응원 씁쓸하기만

우리나라 대표적인 프로스포츠 야구와 축구. 4년마다 월드컵에 온나라가 들썩이더니 언제부턴가 야구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란 이름으로 온국민을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축구와 달리 야구에선 4강은 기본이고 세계최강이라는 미국 쿠바 일본도 이겨버리니 우리 국민들이 어찌 열광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일본전을 3시간 넘게 숨죽이며 우리선수들을 응원하고 티브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지만 9회말이 끝나고 난 뒤 느껴지는 씁쓸함이 썩 개운치가 않다.

WBC는 사실 진정한 국가대항전이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미국의 메이저리그(MLB)에서 만든 MLB 홍보 이벤트다. 우리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경기에 임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그냥 즐기는 수준으로 보인다.

경기방식도 마찬가지다. 한 팀이 같은 팀을 결승까지 무려 5번씩이나 만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오로지 경기 수를 늘려야 하고 중계권을 올려야 하고 광고수입과 관중수입을 올려야 하는 이유로 말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민족주의 국가주의에 바탕을 둘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는 축구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에는 세계 209개국 중 208개국이 가입해 그 수가 올림픽위원회(IOC)나 유엔회원국보다 많다. 잘사는 나라든 못사는 나라든 땅덩이와 축구공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운동이니 국가 대항전으로 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전 세계는 월드컵에 열광하고 자본주의 체제와 맞물려 그것을 바탕으로 장사 할 수 있는 각국의 프로리그가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그로 인해 유럽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바로셀로나 등의 축구클럽들이 한해 50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2조원이 넘는 구단이 즐비하게 된 것이다. 모든 게임이 전세계로 중계되고 스타가 만들어지고 전 세계인들의 생활 속으로 침투한 축구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안타깝게도 그 중심엔 미국이 없다.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이 국가대항 스포츠의 꽃인 축구에서 소외되어 있는 거다. 그러니 전 세계를 장악한 나이키가 축구에서만큼은 아디다스에게 밀리고 월드컵에서 조연으로 전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이 아무리 미식축구로 미국프로농구(NBA)로 MLB로 세계인의 눈을 돌려보려고 애를 써 봐도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사실 야구라는 스포츠가 국가대항전으로 관심을 받기엔 역부족이다. WBC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주요 뉴스로 뜨고 있는 오늘이지만 몇몇 나라를 빼고는 그런 대회가 열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야구하는 나라가 몇 나라 안 된다는 거다.

세계에서 프로리그가 있는 나라는 5개 정도이고 우리나라는 당당히 세계에서 세번 째로 프로리그가 만들어진 나라다. 세미프로리그까지 합해도 10개국 정도이니 나머지 나라들은 동호인 야구 수준에 불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림픽에서 야구가 사라진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야구에서는 이미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강국의 하나일 수밖에 없다.

야구가 갖는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는 미국 최고의 스포츠이자 산업인 MLB의 자존심 문제다. 그들은 이제 미국만의 시장으로는 한계를 느끼고 더 많은 돈벌이를 위해 글로벌화 하지 않고서는 더는 MLB도 유지하기가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미국 최고의 스포츠인 야구, 그 핵심인 MLB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 결과물이 바로 WBC이라는 거다. 그러니 대회를 주관하는 것도 MLB인 거다. 월드컵을 K리그에서 주관하는 꼴이니 모양새가 우스울 뿐더러 대회의 공신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붙은 팀하고 또 붙고 부활시켜 또 붙이고 해서 경기 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이벤트가 일주일도 안 되서 끝나버리고 돈벌이도 시원찮고 참가 나라에 야구와 MLB에 대한 선전도 그만큼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보면 세계 두 번째 프로리그 일본과 세 번째 프로리그 한국, 죽기보다 지기 싫은 양국의 대결은 제일 좋은 흥행카드가 아니겠는가? 아시아의 경제대국 두 나라가 WBC에 열광하고 MLB가 생활의 일부가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거기다 대만과 중국을 살살 자극시켜 경쟁시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MLB와 미국의 스포츠 자본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판을 짜고 말을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국민들은 WBC에 열광하고 언론은 중계를 하고 광고가 붙고 경쟁을 한다. 그것이 MLB로 이어지고 결국 올림픽위원회에선 야구를 정식종목으로 다시 채택하고 MLB에선 더 많은 각국의 선수들이 뛸 수 있도록 배려하려 할 것이다.

이젠 미국만의 스포츠로는 덩치가 너무 커진 MLB의 식성을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먹잇감을 찾아 나서는 스포츠자본의 무대 위에 대한민국과 일본은 최고의 배우로 더할 나위가 없다. MLB의 돈벌이에 우리가 앵벌이로 나선 듯한 이 기분이 한일전을 손에 땀을 쥐고 흥분하며 열광했던 우리에게 씁쓸함을 남긴다.

이혁 경남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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