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입양 후회 미혼모의 눈물 ‘제 아이 키울 수 없을까요’를 읽고 지하셋방 빚독촉 시절엔 죽음 생각입양·위탁 정보 들추면서 눈물바람
구청·주민센터 찾아가도 ‘대책없음’
미혼모 지원대책 좀 세워주세요 올해 여섯 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혼엄마입니다. 소개된 엄마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아프네요. 저도 아이를 임신하고 주거문제 및 양육문제로 미혼모 시설에 상담을 했지만, 입소자 서른 명 중 다섯 명 정도만, 그것도 백일까지 양육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말에 포기하고 돌아왔습니다. 빚을 내 월세방을 얻고 만삭 때까지 일하다가 아이를 낳았죠. 수입 없이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려니 결국 빚이 늘어 아이가 6개월 될 즈음 방을 빼 여관에서 여러 날을 보내게 되었고요. 그러다 마침 ‘중간의 집’(미혼 양육모 다섯 가정이 생활하는 그룹홈)의 자리가 나서 ‘중간의 집’에 가게 됐고, 그렇게 6개월을 지나 삼년간 모자원 생활을 한 뒤 지금은 임대주택에 아이와 보금자리를 틀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의 경우는 혜택을 매우 많이 받은 경우입니다.
하지만 지하 월세방에서 갓난아이를 안고 빚독촉을 받을 때는 죽음도 생각해 봤고, 수도 없이 입양 정보를 들쳐보며 입양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위탁 상담을 해놓고 울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저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기에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복지제도나 법에 대해서도 찾아보았지만, 이해력이 부족한 건지 적절한 복지제도나 법을 찾을 수도 없을 뿐더러, 보더라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구청이나 주민센터 복지과를 찾아가도 친절히 정보를 알려주거나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저의 상태에 대해서만 묻고 거기에 대해 예, 아니오로 간단히 말해주거나, 오히려 담당자들이 잘 모르기에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알려주고 오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제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잘 모릅니다. 그냥 4대 보험을 떼면 약 76만원 정도가 실소득인데, 총수입이 83만원이어서 기초소득인정액의 4만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수급에서 해지되었고, 그나마 아이가 아토피를 앓고 있음을 말씀드려 아이만 차상위 의료급여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월 5만원의 양육비와 아이 보육비 지원을 받는 것만으로 감사히 여길 뿐입니다. 아는 엄마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한때 두 돌 된 아이를 입양하려고 절차를 밟았다가 포기하고 다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혼엄마가 있는데, 공부도 마치지 못하고 마트 점원으로 오가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습니다. 그가 공부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고, 좀더 미래지향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면 좋겠어요. 여성가장훈련이나 여성인력개발센터 직업교육 등을 살펴보면, 대부분 OA경리, 조리사, 꽃꽂이, 옷수선 등으로 한정되어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다양해졌겠지만, 여전히 선택의 폭이 적지요. 요즘은 거의 대졸이 기초학력이기 때문에 저희 같은 고졸자들은 취업지원서 넣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정말 공부에 대한 갈급함이 있어도, 정말 먼 미래를 위해 교육에 투자하고 싶어도 엄두가 안 나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좀더 실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제도와 법이 마련되어 지원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친절히 안내해주고 알려주면 좋겠어요.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한때 방황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무책임하게 벗어던지지 않고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그래도 아이에게는 좋은 엄마(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데, 좀 예쁘게 봐 주세요.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저희가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하겠어요. 이제 겨우 왕래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이미 많은 상처를 준 가족들에게 어떻게 힘들다는 얘기를 하겠어요. 그저 웃을 뿐이죠. 그저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할 뿐이죠. 그냥 이렇게 받아준 것만으로 고마울 뿐이고, 엄마뿐인 우리 아이에게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주셔서, 이모 삼촌이 되어주셔서 감사할 뿐이에요. 소개된 엄마와 같은 아픔도 다시는 없어야겠고요. 이미 상처 난 가슴으로 사는 우리 엄마들이 냉혹한 현실 앞에 다시 쓰러지는 일도 없었으면 해요. 고맙습니다. 부족한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내 평안하세요~. -동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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