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3.04 18:46 수정 : 2009.03.04 18:46

왜냐면

우선 부당 거래액만큼 약값 깎고
과징금 액수 대폭 올려 실질적 타격 줘야
한가지 성분에 서너가지만 등재하는
의약품 선별등재제 도입하면
약값 줄이고 불법판촉 근본적 제동

지난 1월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다국적 제약회사가 다수 포함된 7개의 제약회사가 2000억원 규모의 부당 고객유인행위(리베이트), 약가 인하를 막기 위한 재판매가격 유지 등의 위법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4억원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약업계와 병원, 의료계 사이의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해도 그랬다.

불법 리베이트는 약값에 반영돼 환자들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 상승을 가져올 뿐 아니라 의사들의 처방이 왜곡될 위험을 초래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5년간 진료비는 71% 늘어난 데 비해 약품비는 85%가량 늘었고, 약품비 비중은 2003년 27%에서 지난해 29%로 늘어 약품비가 10조원을 넘겼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10~15%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비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빙산의 일각과도 같은 불법 리베이트 단속 실적을 마치 연례행사처럼 발표하는 것은 정부 당국의 생색내기일 뿐이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높은 약값을 조정하려는 정부 의지와 구체적인 정책 시행이다.

첫째, 정부 당국은 우선적으로 드러난 부당 거래액만큼 약값을 깎아야 한다. 공정위는 제약회사들의 판매관리비 비중이 무려 26~38%에 이르고, 전체 리베이트 규모는 의약품 시장의 약 20%인 2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이런 비용들은 고스란히 약값에 반영되며, 희생자는 바로 국민과 환자들이다.

둘째, 엄격한 의약품 선별등재제도를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 현재 한 가지 성분에 대해 제약회사 수십곳에서 동일한 성분의 의약품 출시가 허용됨으로써 제약회사는 타사와의 경쟁 속에서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자사의 의약품을 의사들이 선택하도록 불법을 넘나드는 판촉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한 가지 성분에 대해 3~4개 정도만 등재한다면 약값을 대폭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불법 리베이트 관행 역시 근본적으로 제동이 걸릴 것이다.

셋째, 제약회사와 병원, 의료계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에 대한 더욱 엄격한 법적 잣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제약회사 부당거래액에 대한 과징금 규모를 대폭 올리는 조처 등이 필요하다. 제약회사의 처지에서는 10%의 과징금을 내더라도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약회사와 병원, 의료계는 서로의 관계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고, 그 이상의 불법적 관행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제약업계는 ‘신마케팅강령’, 미국의사협회는 ‘의사에 대한 기업들로부터의 선물’(Gift to physicians from industry)이라는 자체 지침을 두고 있다.


넷째, 현재의 진료비 지급제도에 대한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은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많이 처방하면 할수록, 그래서 제약회사가 약을 많이 팔면 팔수록 서로 경제적 이득을 보는 구조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제약업계와 병원, 의료계 사이의 부적절한 유착 가능성이 항시 존재한다. 따라서 가능한 한 약을 적게 쓰게 되는 주치의 제도와 포괄수가제 같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약값 선별제도를 시범평가부터 그 시행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2월20일 새로 인선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전문가들이 모두 배제되고 제약회사와의 유착관계와 약효시험 조작으로 징계를 받은 위원들이 임명되었다. 이런 것들을 보면 과연 이 정부에 약값을 재평가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 불황이 깊어가고 있다. 이미 100만이 넘는 서민이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몸이 아파도 적지 않은 진료비 부담으로 병의원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리베이트 근절 노력과 함께 약값 거품을 인하하여 서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부 당국의 진지한 노력이 정말 아쉽다.

김정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