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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4 18:45 수정 : 2009.03.04 18:45

왜냐면

공안사범은 ‘무인시스템 접견’ 예외 분류
교도관 옆에 앉아 듣고 기록하는 건
교도인력 낭비에 재소자 지나친 통제

법무부 장관님께,

저는 금속노조 경기지부 동우화인켐 비정규직분회 소속으로 수원구치소 평택지소에 수감중입니다.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어 투쟁하다 지난 1월12일 경찰에 연행되어 16일 평택지소에 이송되었습니다.

제가 수감되어 첫 면회를 할 때는 옆에 아무도 배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면회실에 시시티브이(CCTV)로 녹음 녹화가 다 됩니다. 그러다 어느 때부터인가 옆에 경비교도대원이 앉아 기록을 하더군요. 그래서 면회 온 노조원 동지들과 말다툼도 벌어졌습니다. 규정이 바뀌어서 배석해서 기록할 수 없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확인해 보니 개정된 법령에는 접견시 청취 기록하는 것을 사유가 있으면 ‘지정할 수 있다’로 되어 있습니다. 면회하다 자해를 한다든지 은밀히 수사를 조작하거나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일 것입니다.

그런데 법무부 장관의 지침(수용관리 업무지침)에는 ‘공안사범은 접견시 청취 기록해야 한다’로 되어 있습니다. 저는 직접적인 시국사범은 아니지만, 노동 관련 사범이니 넓은 의미의 공안사범으로 분류 관리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직접 기록하던 것을 시시티브이로 대체한 무인접견 시스템의 의의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인권개선입니다. 옆에 사람이 붙어 앉아서 적는 것은 수감자나 면회를 온 사람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대화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이런 부담감·위압감을 해소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하나는 인력의 효율적 운용입니다. 교정국 공무원들이 인력 부족에 굉장히 바쁘고 고되더군요. 부족하고 제한적인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공안사범을 무인접견의 예외로 두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 차별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안사범의 경우 오히려 자해나 수사 왜곡 우려가 더 낮습니다. 설령 우려가 있다면 일반사범이든 공안사범이든 합당한 사유를 들어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기준은 공평해야 합니다. 검찰이나 법원은 필요시 녹음 녹화된 내용을 절차에 따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공안사범에 대한 불평등한 제재조치를 지적하려고 정보공개를 신청했습니다.

형집행법과 시행령, 업무지침 중 접견 및 공안 관련 조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법령은 공개, 업무지침은 비공개 결정이 났습니다. 이미 다중에게 공개된 법령이야 당연히 공개하는 것인데 정작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 업무지침을 비공개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비공개 사유가 교정관리에 현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인데 이것 역시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첨언으로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하나는 행형법령과 관련지침을 비치하자는 것입니다. 당연히 재소자들이 알아야 할 사항을 정보공개를 요구하거나 법전을 사서 봐야 하는 것은 너무 불편하고 낭비입니다. 재소자를 구금·통제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요구됩니다.

또하나는 ‘재소자 권리사항’을 정하여 비치하자는 것입니다. 재소자와 교정직원 사이의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재소자의 권리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곳곳에 ‘수용자가 지켜야 할 사항’만 기재되어 있고 정작 재소자가 요구하고 누릴 권리라고는 ‘인권위 진정’밖에 안내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과다한 인신구속 남발로 인한 적정 인원의 초과수용 문제나 운동시설 미비·부족 등의 만연한 누적된 문제도 결국 재소자와 그 권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립니다. 재소자를 ‘죄인’으로 보거나 공안사범을 ‘특별한 통제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전환되기를 기대합니다.

고희철 평택구치소 재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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