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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1 18:20 수정 : 2009.03.01 22:46

왜냐면

성적 공개 뒤 내 아이 교장선생님은
도의회서 질타 받았지만
낙후된 교육현실 진단 위해
장애·체육 특기생도 시험 보게 한
선생님에게서 실낱 희망을 봅니다

부끄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에 언론에 크게 보도된 바 있는 교육과학기술부 발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전국 최하위를 차지한 전라북도 무주군에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입니다. 부끄럽지 않기 때문에 ‘차지했다’라는 표현을 썼습니다만 이미 이러한 평가 방식은 시행하기 전부터 많은 문제점과 부작용을 안고 있었으며, 한편으로는 지금 같은 혼란과 갈등이 예견되어 있기도 하였습니다. 절차상 문제점도 많고 개선할 점도 많지만 그렇다고 학업성취도 평가 자체를 반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긍정적인 면도 분명 있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몇 가지 묻고 싶습니다. 성적 공개의 부당성을 떠나서 오류나 단순 실수, 착오 등으로 포장되어 있는, 지금까지도 진행형인 전국적인 조작 보고는 누구의 책임입니까?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였습니다. 각종 언론 매체에 나와서 확신에 찬 어조로, 그러나 살펴보면 그리 참신하지 못한 정책을 갖고서 그 정책만이 최선이고 최상이라고 되뇌는 고위급 교육 관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슬퍼집니다. 이번처럼 준비되지 않거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이벤트성 정책들은 당연히 사회에 혼란만을 가져올 뿐이지요.

그리고 과거의 수많은 무책임한 관리들이 그러했듯이, 보직이 바뀐다거나 정권이 바뀌었을 때에도 과연 지금처럼 정책에 대한 확신을 담보할 수 있을지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는 국가간의 큰 경기나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시합에서 패하면 자책보다는 선수를 탓하거나 심판의 불공정에 핑계를 대는 감독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얼마 전 이웃 고장의 어느 교육장은 부실 보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임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해 이 나라의 관리들은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습니다.

경우는 다르지만 이곳의 상황도 좋은 편은 아닙니다. 이곳 교육장은 성적 순위가 발표된 직후 지역사회의 질타는 물론 도의회에까지 불려나가 추궁을 당했습니다. 공부는 수많은 재능 중 하나일 뿐이고 비록 이곳이 교육 여건은 열악하지만 나름 도시 학생들 못지않은 또다른 개개인만의 경쟁력을 갖추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비록 성적에서는 꼴찌를 했음에도 실망하지 않고 희망을 갖는 이유는 낙후된 이곳 교육현실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그래서 좀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장애 학생과 체육 특기생도 시험을 치르게 하였고 채점과 그 결과의 보고에도 만전을 기한 정직한 교육장과 여러 선생님들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가공된 외형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택한 작은 농촌 고을 교육 수장이 던진 ‘교육자의 양식’이라는 화두에 이제는 교육계 모두와 교육과학기술부는 답을 해야 합니다.

신현훈 전주 덕진구 송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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