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최경림 외교부 국장의 두번째 반론에 반론한다 투자자-국가제소제 유럽 각국 협정에도 있지만 내용 전혀 달라미국이라는 강자에 절대 유리하고 패소땐 엄청난 무역보복
외교부는 위험을 피하려는 어떤 노력을 했는가 필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판한 글에 대해서 외교통상부 최경림 국장이 보내온 두번째 반론(<한겨레> 1월19일치 왜냐면)에 대해 반박하고자 한다. 첫째, 멕시코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북미 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체결한 1993년 이전과 이후에 차이가 없이 계속 저성장이라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최 국장은 나프타의 긍정적 효과를 부각시켜 보기 위해서 체결 이후 페소화 위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성장률이 유지된 것은 나프타의 플러스 효과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페소화 위기라는 것 자체가 자연재해와 같은 외생적 요인이 아니고 엄연히 경제의 내생적 요인이므로 그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오히려 자유무역협정에도 불구하고 왜 경제위기가 왔는가고 물어야 한다. 실제로 자유무역협정이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왜 멕시코 정부가 더는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겠다고 선언했겠는가. 둘째로, 투자자-국가 제소제의 문제에 대해서 최 국장은 나프타 이후 미국 기업의 제소에 대해서 5승5패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두려운 상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투자자-국가 제소는 우리나라 헌법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초헌법적인 조처라는 점,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헌법 내용에서 투자자-국가 제소의 공격 목표가 될 공익적 규제가 한국 쪽이 미국보다 많다는 점, 미국이 한국보다 국제사회에서 훨씬 영향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 제도는 명백히 한국에 불리하고 균형을 잃은 독소조항이 될 것이다. 투자자-국가 제소 건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그 배상액이 천문학적이어서 자못 위협적일 뿐아니라 더 심각한 문제는, 엄청난 배상 위험 때문에 장차 우리 공무원들이 법과 정책을 만들 때 미리 조심하고 움츠리게 되는 이른바 ‘위축 효과’다. 투자자-국가 제소 때문에 정책주권은 심대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예로 정부는 광우병에 대한 위생검역 조처는 투자자-국가 제소 대상이 아닌 것처럼 말해 왔는데, 최근 자료를 보면 대상이 되는 것으로 혼선이 있다. 과연 어느 쪽이 맞는지 최 국장은 분명히 대답해 주기 바란다.
최 국장 말대로 유럽 각국이 투자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에서 투자자-국가 제소 조항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름은 같되 내용은 다르다. 다른 자유무역협정과는 달리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는 투자자-국가 제소를 당해서 패소하는 경우에는 무역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규정되고 있어서 그 부작용은 엄청나게 크다. 이미 유럽연합(EU) 개별 국가와 투자협정을 맺은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도하개발의제(DDA) 협상에서 투자자-국가 제소 도입을 강력히 반대하여 이를 관철시킨 것만 봐도 투자자-국가 제소는 문제가 많은 제도다. 투자자-국가 제소의 심각성을 가장 잘 보여준 나라가 오스트레일리아다. 오스트레일리아가 2004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 가장 문제 삼았던 것이 투자자-국가 제소였다. 오스트레일리아 상원의 보고서는 투자자-국가 제소에 대해서 “지방정부, 주정부, 중앙정부 등 모든 차원에서 정부의 규제에 도전할 수 있을 만한 부당한 권력을 미국 기업들한테 넘겨줄 것을 우려한다”고 썼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나라 전체가 일치단결해서 투자자-국가 제소를 제외시킬 것을 미국에 요구해서 결국 최종 협정에서 관철시켰다. 과연 한국의 외교통상부는 투자자-국가 제소의 위험을 회피하려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 최 국장은 대답해 주기 바란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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