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로스쿨에 대한 편견과 오해 / 유동주

왜냐면

“시험과목수 적고 로스쿨 비용 높다”
변호사시험법 국회서 부결됐지만
장학금 많아 ‘가난한 천재’ 구제 가능
과목수 많으면 로스쿨 취지 왜곡돼

변호사시험법(이하 변시법)이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논란이 된 주요 문제는 ‘시험 과목 수’와 로스쿨 고비용에 따른 이른바 ‘가난한 천재’ 구제 등이다.

변시법안 자체가 문제점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부결 과정에서 나온 일부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또한 부결 과정에서 보여준 대다수 국회의원들의 변시법에 대한 몰이해와 로스쿨에 대한 오해는 향후 법안 수정안도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특히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워졌다”는 논리는 그야말로 로스쿨 제도에 대한 편견에서 나온 잘못된 얘기다. 강 의원이 주장한 바와 달리 이 시대의 이른바 ‘가난한 천재’는 특별전형 등을 통해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다. 대학별로 정원의 5% 이상인 특별전형 합격생들은 대개 100% 장학금을 받게 된다. 특별전형이 아니더라도 강원대가 정원의 100%, 건국대와 인하대가 50%의 신입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장학제도는 일반의 우려와 달리 후한 편이다.

공익적 측면에서 장학제도가 더 확충되면 좋겠지만 지금도 실력만 있다면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들도 장학금 비율이 보통 30% 이상으로 무시하지 못할 정도는 된다. 로스쿨 학생들 중 일부는 오히려 기약 없는 사법시험이 매몰 비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1970년대식 저비용 고시생이 더는 발붙일 수 없는 게 현재의 신림동 고시촌 구조다. 가난한 학생의 경우 사법시험에 도전조차 못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로스쿨이 고비용이라는 지적은 로스쿨을 둘러싼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다. 장학제도가 별로 없는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 로스쿨의 장학제도는 잘 마련된 편이고 여기에 학자금 대출도 9000만원까지 가능하다.

국립 로스쿨의 경우 비용은 학부생 등록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1년에 900만원 정도다.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비용이 3년간 3000만원 정도라면 매몰 비용이 이보다 클 수 있는 사법시험보다는 나은 선택이라는 게 대다수 로스쿨 입학생들의 생각이다. 강 의원의 또다른 논리인 “변호사 시험이 현행 사법시험보다 과목 수도 적고 내용도 없다”는 주장은 법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뭔가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변시법상 변호사 시험 과목은 ‘실무평가’가 추가돼 현행 사시보다 많고 1, 2차 구분 없이 동시에 시행되기 때문에 부담은 더한 상황이다. 변호사 시험 과목은 이번에 부결된 안보다 ‘가벼워’져야 한다는 게 전국 로스쿨과 이제 곧 입학하게 될 신입생들의 입장이다. 한 번의 시험 결과보다 3년의 교육과정을 중시하고 로스쿨의 충실한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취지에 맞게 변호사 시험은 좀더 간단한 형태가 되어야 한다. 현안대로라면 로스쿨은 고시학원화될 수밖에 없다.

유동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1기 입학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