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3불 폐지가 대학 발전 이끈단 논리교과부·대교협·보수언론서 확산
대학자율에 사회적 책무 안따르면
‘입시폭력’ 된단 사실 고려대가 증명 대학은 정녕 공교육 무력화와 붕괴의 주범이 되려는가? 고교등급제 적용 논란에 휩싸인 고려대의 입시 결과는 단순한 업무착오나 일회적인 결과가 아니라 온갖 비판과 비난을 무릅쓰고 은밀하게 준비해 왔던 의도된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을 전후하여 대학들은 ‘3불제 폐지’ 주장을 조직적으로 전개하였고, 자율과 경쟁의 논리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는 3불제 폐지를 교육개혁의 핵심으로 추진했다. 입시 정책의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던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입시의 자율화를 명분으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전권을 위임하고 스스로 입시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이 정부 들어 대교협 자율 규제로 입시 정책이 바뀌자 대학은 호들갑을 떨었다. 세계에서 대학입시의 자율성을 통제받는 나라가 한국뿐이라며 이제야말로 대학의 질적 발전을 위한 대학의 자율성을 되찾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떤가? 참여정부 때부터 대학은 3불제 폐지를 끈질기게 주장해 왔다. 사회적 여론이 불리할 때는 기여입학제를 제외한 2불제 폐지를 주장했고, 3불제를 위반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방침이 발표될 때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3불제 폐지 주장을 철회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가동하자 3불제 폐지를 또다시 제기하고 나섰다. 이는 비단 고려대만이 아니었다. 서울대도 그랬고, 사립대학총장협의회와 대학교육협의회는 물론 조중동을 전위로 하는 보수 언론과 보수 정치권이 앞다투는 형국으로 폐지 주장을 확대재생산해 왔다. 대학은 정치권력의 보수적 흐름에 편승하여 3불제를 폐지해도 본고사나 고교등급제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제는 고교등급제를 넘어 본고사까지 공론화하고 있다. 심지어 대교협은 시기가 무르익으면 기여입학제마저 공론화할 수도 있다는 견해까지 밝힌 마당에 3불제 폐지와 대학의 자율성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 즉 3불제 유지가 대학을 통제하고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가 자명해졌다. 대학의 입시 자율성은 사회적 책임과 의무와는 무관한 그들만의 멋대로 학생 선발일 뿐, 대학의 자기반성의 도덕적 근거도 아니다. 대학의 자율성은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여실히 이행했을 때 자율성의 효과가 극대화되어 대학의 질적 발전도 가져올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자율성이라면 그것은 오만과 독선을 정당화하겠다는 입시폭력이다. 따라서 3불제를 법제화하는 것이야말로 대학의 사회적 책무와 도덕적 자기발전을 고양하고 공교육의 무력화와 붕괴를 예방하는 실질적 제도다. 정치권과 대학은 학교교육과 대학입시를 정치논리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3불제 부활과 법제화는 대학의 발전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대학의 건전한 발전을 고양하는 제도다. 공교육이 붕괴되면 대학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공교육 살리기는 못할망정 공교육 무력화를 선도하는 대학이 어찌 세계 속의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겠는가.
박명섭 전남 영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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