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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04 22:22 수정 : 2009.02.04 22:22

왜냐면

시유지 불법점거 규정 주거지 등록 안돼
주민들 수도·전기사용 등 생활상 불편에
기초수급권자·건강보험도 대상에서 배제
주거권 불안정으로 인간기본권조차 보장 못받아

서울시 강남구 한복판에 아직도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믿겠는가. 타워팰리스가 올려다보이는 양재천가. 이곳에 위치한 포이동 266번지에 바로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1981년, 정부는 도시 빈민층의 자활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이들을 당시 공터였던 포이동 200-1번지로 강제 이주시켰다. 이후 ‘자활근로대’로 편성되어 정부의 감시 아래 살아야 했다. 그런데 1989년, 정부는 강제이주 사실을 부인하며 기존 주소인 200-1번지를 예고 없이 266번지로 바꾸었다. 그 결과 주민들은 ‘시유지 불법점거자’로 몰려 가구당 최대 1억6천만원에 이르는 토지변상금을 부과받게 되었다. 또한 교육 문제에서 전기·수도 사용 문제까지 각종 생활상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 중 가장 심각하며 해결이 시급한 문제가 주민들의 건강 문제다. 주민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우선 마을 화장실 문제를 들 수 있다. 마을 화장실은 공동화장실로 다섯 가구가 하나를 공유하는데 그나마도 재래식 화장실로 위생상의 문제가 심각하다. 또한 가옥이 오래되어 쥐와 바퀴벌레가 들끓고 화재의 위험도 있다. 생존과 직결되는 식수 문제의 해결도 시급하다. 포이동 266번지는 행정상으로는 공터로 처리된 지역으로 처음에는 수도 공급이 되지 않았던 곳이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우물을 파서 쓰거나 물을 얻어 썼는데, 우물물이 오염되어 양재천 물을 가져다 쓴 적도 있다고 한다. 그나마 10년 전부터 수도가 공급되기 시작했으나 비용 문제로 물이 항상 부족하다고 한다. 이런 열악한 생활환경과 마을 주민들이 생업으로 삼는 폐품 분류 일의 특성상 주민들은 항상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대표적인 질병이 폐결핵이나 진폐증이다. 건강상태에 대한 주관적 인식 역시 부정적이었는데, 행동하는 의사회의 설문조사를 보면, 자신의 현재 건강상태가 ‘건강하다’고 응답한 포이동 주민의 비율은 강남구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런 건강 문제는 사전 건강검진이나 건강보험 혜택의 부재로 말미암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위에 언급된 질병들의 조기 발견과 대처를 위해서는 사전 건강검진이 필수적인데, 포이동 주민들의 경제 사정상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다. 게다가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되어 치료를 받으려 한다 해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치료비는 이들에게 너무 큰 부담이다. 주민등록 주소지가 존재하지 않으니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도의 수급권자가 될 수 없고, 결국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실제로 주변에 차로 10분 거리에 병원이 있음에도 의료비 부담으로 의료 이용을 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주민이 67%에 달했다. 이 밖에도 정보 접근의 취약성과 국가보훈 대상자, 희귀난치질환자에 대한 보장 부족 등의 상황 때문에 포이동은 여러 방면에서 의료보장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사회권규약 제11조를 따르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건강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포이동 주민들은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빈곤과 불건강이 대물림되면서 이러한 악순환이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단기적으로는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 확대 등의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가 주거생활의 불안정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근본적으로는 포이동 주민들의 주거권을 인정하여 생활의 불안정을 해소해야 한다.

송상현/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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