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눈으로 보면서 책장을 넘기며디자인된 그림이나 텍스트 디자인으로
맛과 냄새, 소리까지 전이돼 오감 열려
북디자인도 오감적 접근 독자마음 잡아야 21세기 감성시대가 되면서 창의성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이 부각되면서 다양한 교재와 교육 프로그램들이 선보이고 있다. 21세기 창의성은 나만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라 볼 수 있는데, 필자는 여기에 가장 적합한 교육매체가 책이라고 여긴다. 책은 지식과 정보, 감정을 전달하는 삼차원 이상의 시공간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독자가 책장을 손으로 넘기면서 작가와 소통하는 공간이다. 책을 여는 순간 책의 주제와 작가의 의도, 콘셉트와 분위기가 독자의 감정을 통해 전달된다. 책에선 이미지와 텍스트가 여러 조형요소와 함께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든다. 책의 시공간적 성격은 책장을 넘기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책의 이야기 구조에 빠지게 만든다. 특히 그림책의 경우, 그림의 연속성으로 부분의 합이 전체를 영화 같은 내러티브로 형성한다. 책의 특성인 문학과 예술이 만나 하나의 종합예술적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미지와 텍스트가 서로 보완하여 이야기를 만들고, 또는 독자가 이미지와 텍스트를 새롭게 해석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독자가 상상력을 동원해 작가의 마음을 읽으면서 다양한 해석을 하는 동안 창의성이 촉발된다. 이렇게 책에서 해석을 하며 이야기를 만드는 동안 그 어떤 매체보다 창의성이 촉발되는 것은 책 매체와 인간의 감성이 가장 밀접하기 때문이다. 책은 인간에게 신체적으로도 가장 친밀하고 오래된 정보매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디지털시대의 컴퓨터가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독자들의 책에 대한 요구는 자연히 달라졌다. 독자들은 컴퓨터와는 성격이 다른 책에서 인간적 감성을 더욱 절실히 원하고 있다. 독자들은 책에서 정보만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책을 넘기면서 느끼는 아날로그적 감성 체험까지 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 디자이너는 이런 독자들의 감성적 요구를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 감성적 접근을 하기 위해 북 디자인에 필요한 것은 오감이다. 책은 그 어떤 매체보다 오감적이다. 오감이란 인간이 가진 다섯 가지 감각 모두를 말한다. 우리는 책을 눈으로 보면서 손으로 책장을 넘긴다. 적절하게 디자인된 그림이나 텍스트 디자인으로도 맛과 냄새, 소리가 느껴진다. 곧 책을 경험하는 과정에 오감적 활동이 진행된다. 시각에서 청각으로, 청각에서 촉각, 촉각에서 미각과 후각으로의 감각 전이와 혼합으로 오감적 지각경험을 하게 된다. 과거에는 오감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고대에는 오감을 인간에게 매우 유익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오감을 예술의 원리, 철학의 원리의 기초 틀로 사용하였다. 특히 중세시대는 필사본에 시각·청각·촉각을 사용한 결과 아름다운 현대 북 아트의 형태를 탄생시켰다. 이런 이유로 중세시대 필사본은 북 디자인의 르네상스로 평가된다. 이렇게 북 디자인에 시각과 청각, 촉각을 동시에 사용하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학습에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감각을 많이 사용하게 하면 할수록 이해가 잘되고 기억에 오래 남게 하기 때문이다.
책 중에도 오감과 가장 관련 깊은 것은 바로 어린이 그림책이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눈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림책을 만지면서 보고,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하면서 읽는 습성이 있다. 필자는 이러한 오감이 들어 있는 그림책으로 아이들에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험해 보았다. 그 결과, 오감이 들어 있는 그림책은 아이에게 상상력을 촉발해 감각을 향상시키고 어휘력을 증진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곧 그림책을 통한 아동의 오감 체험은 창의력을 확장시키며 미적 경험까지 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미적 경험은 아동기 어린이만이 가지고 있는 공감각성을 자극하여 감각의 황금률로 창의적으로 직조하는 능력과 관련된다. 결국 책 매체는 창의적인 생각을 갖게 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잘 직조하는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 이렇게 오감으로 이야기하고 디자인된 책은 독자에게 미적 경험을 하게 하여 강력한 감성을 자아낼 수 있다. 감성시대의 북 디자인은 달라져야 한다. 감성을 주어야 한다고 해서 북 디자인을 단순히 미적으로 디자인하는 것과는 다르다. 독자에게 내용에도 없는 색상이나 장식으로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면 안 된다. 오감 디자인으로 독자의 취향과 요구를 고려하여 내용과 형식으로 진솔하게 전해 주어야 그들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다. 여기에 독자의 상상력을 통해 해석할 수 있는 오감 스토리텔링으로 재미를 주면 시너지 효과가 높아진다. 홍혜연/계원디자인예술대 출판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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